오나라 “소개팅 하는 마음으로 차기작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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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발견은 없었다. 영화 ‘극한직업’의 명대사를 활용한다면 배우 오나라와 대중의 만남은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법하다.

지난해 tvN ‘나의 아저씨’에서 남다른 기운을 풍겼던 오나라는 JTBC ‘SKY 캐슬’을 통해 만개했다. 탄탄한 대본과 물샐 틈 없는 연출, 그리고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오나라는 진진희 역을 맡아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모든 출연진이 주목받았지만, 방송 전후 위상이 가장 크게 달라진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오나라다.

　―‘SKY 캐슬’의 성공이 오나라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 것 같아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차기작에 대한 불안감도 시작됐죠. ‘오나라’라는 이름을 거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생겼고요. 지금처럼 잘하는 역할 위주로 가는 것이 맞는지, 실험적인 역을 맡아야 하는지 고민 중이에요.”

　―‘SKY 캐슬’의 진진희, 그리고 오나라. 과연 얼마나 닮았나?
　“제가 원래 우아하고 고급져요, 하하. 실제 제 모습을 많이 투영시켰죠. 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주로 분위기를 업(up)시키는 역할을 많이 맡았죠. 진진희는 감독님이 ‘마음껏 놀라’고 멍석을 깔아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SKY 캐슬’은 오나라의 애드리브 퍼레이드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매 장면에 애드리브가 들어간 것 같아요. 애드리브를 남발해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잘못 표현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감독님이 많이 지지해주셨죠. 극 중 한서진을 상대로 ‘순간 쫄았네. 쪼는 게 습관됐어’와 같은 대사는 다 애드리브예요. 리허설 때 순간적으로 내뱉은 대사에 감독님이 빵 터져서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씀해주셨죠.”

　―애드리브는 즉흥적으로 나오는가, 아니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인가?
　“적은 분량에도 존재감이 크게 보이도록 노력했는데, 감독님이 그걸 예쁘게 봐주셨어요. 사실 진진희 가족은 사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말을 전하는 역할이거든요. 결국은 ‘살려고 했던 몸부림’일 수도 있어요.”

　―이런 애드리브에 대한 작가의 반응은 어땠나?
　“작가님은 대본리딩 이후 종방연 때 처음 뵀어요. 애드리브 때문에 엄청 혼날 줄 알고 주변에 가지도 못했죠. 제가 눈치보면서 배회하고 있는데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셨어요. ‘잘했어,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주셨어. 고마워’라고 칭찬해주시는데, 저는 ‘감독님이 시켜서 한 거예요’라고 얘기했어요.(웃음)”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다. 오나라가 본 최고의 배역은 누구였나?
　“당연히 한서진(염정아 분)이죠. 쳐다보는 눈빛부터 달랐어요. 염정아 선배님은 제가 롤모델로 삼던 분인데,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죠. 옆에서 바라봤을 때 주름과 모공 하나하나가 다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특히 소리 없이 가슴치면서 오열하는 장면은 제가 보자마자 선배님께 ‘존경한다’고 했어요. 선배님은 ‘다 잘하고 있으면서 왜 그래’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셨어요.”

　―아직 미혼인데 엄마 연기를 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나?
　“저도 진진희를 연기하면서 몇 차례 진심으로 울컥 했어요. 제 아들로 나온 친구는 이번이 데뷔작이었는데 어떤 테크닉도 없이 순수하게 다가와 대사를 하는데 진심으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죠. 연기를 하면서도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워낙 인기가 높은 터라, 마지막회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우리는 해피엔딩이길 바랐어요. 한서진의 삶이 파국을 맞으면 그와 연결된 모두가 불행해지니까요. 작가님도 해피엔딩을 위해 달려오신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최선의 결론 아니었을까요? 새드엔딩이었다면 너무 불행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읽었을 대 대본도 굉장히 따뜻했죠. 마지막으로 봉합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 다시 무대에 설 계획은 없나?
　“성대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뮤지컬 무대에서 여배우가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요. 그래서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드라마 시장으로 넘어오게 됐죠. 저는 10년의 법칙을 믿어요. 무슨 일이든 10년은 해야 성과가 나죠. 제가 1997년도 데뷔해서 10년 되는 해에 뮤지컬 대상을 받았고, 드라마 시장으로 넘어 와서 10년 만에 ‘나의 아저씨’와 ‘SKY 캐슬’을 만났어요. 10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내년 정도에는 무대에 다시 서는 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상을 갖게 됐다. 어떤 차기작을 기대하나?
　“사실 40대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드라마 소재도 유행을 타죠.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아직 모르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정통 멜로에 도전하고 싶어요. 모든 여배우들이 꿈꾸는 거죠. 풋풋한 20대의 사랑이 아니라 묵직한 사랑요. 아직 러브콜이 많이 들어온 상태는 아니에요. 소개팅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나라에게 ‘SKY 캐슬’이란 어떤 의미인가?
　“기적이죠. 이렇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이건 누군가가 주신 선물이에요.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