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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21일(木)
다사다난했지만… 모던한 감성에 무던한 인성 갖춘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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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이장희

대학에 들어가니 두 분 이장희가 나를 반겼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봄은 고양이로다’ 중). 죽은 시인 이장희(1900∼1929)를 추모하며 술을 축내다가 통금에 쫓겨 귀가하면 ‘영시의 다이얼’ DJ 이장희(사진)가 짝사랑의 허전함을 채워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도대체 알 수가 없어/왜 나를 피하려는지/정말 알 수가 없어’(‘자정이 훨씬 넘었네’ 중).

드라마 ‘응답하라 1974’를 만든다면 제공할 추억담이 수두룩하다. 신입생 환영회에선 ‘좀 노는 형’(그렇게 보이는)이 무대에서 축가를 불렀다.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이 밤에/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 제목처럼 ‘그건 너’ 때문이라고 책임을 미루고, 그해 4월엔 을지로 국도극장으로 몰려가선 그 형이 지은 밤의 찬가에 풍덩 빠졌다. ‘그댈 위해서라면/나는 못할 게 없네/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가득 드리리’(‘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중). 공식적으로 본 최초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별들의 고향’은 OST의 선구이자 청년 문화의 요람이 됐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아니면 사라졌을까’. 1974년에 나온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질문의 책’에 이런 시가 있다. 하기야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지만 40년이면 강산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입학 40주년 행사를 기획하며 연락 닿는 동기들에게 물었다. ‘대학 시절로 나를 데려다주는 음악은’.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건 너’와 ‘고래사냥’이 선두에서 만났다. 하나는 연가, 하나는 응원가다. 돌아보니 사랑은 무작정 아름다웠고 늙어가는 친구들에겐 여전히 응원이 필요했던 거다.

예술은 우리를 만나게 한다. 식지 않는 음악의 힘은 태평양도 건너게 만든다. ‘그리워하면/언젠간 만나게 되는/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부활 ‘네버엔딩 스토리’ 중) 이루어진 2002년 1월 31일.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정오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라디오코리아에서 이장희 회장을 만났다. 당시 ‘스타의 향기’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었는데 불멸의 연가를 만든 주인공을 빠트릴 수 없었다. 인상 후기를 운(韻)에 맞춰 표현하면? 감성은 모던하고 인성은 무던했다. 콧수염은 사라졌다. 다사다난한 세월은 그의 다재다능에 다정다감을 얹어줬다. 하지만 기억의 재고는 달랐다. 신입생 환영회의 객석에선 ‘그건 너’에 열광했는데 무대에 섰던 이장희는 뜻밖에도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를 끄집어냈다. 열아홉 청춘들 앞에서 이런 청승맞은 노래를 불렀다니. 그러나 가사를 펼친 후 금세 우리는 한편이 됐다. ‘내 나이 열하고 아홉 살에/첫사랑에 잠 못 이루고(중략)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난 그땐 어떤 사람일까(중략) 그때도 울 수 있고/가슴 속엔 꿈이 남아 있을까’. 얼핏 ‘영시의 다이얼’ 시그널이었던 ‘인 더 이어 2525(In the year 2525)가 오버랩된다. 노래는 2525년부터 9595년까지를 상상하다가 마침내 만년까지 도달한다(Now it’s been ten thousand years). 그리고 내뱉는 마지막 한마디. ‘아마도 그건 어제였을 뿐’(maybe it’s only yesterday)’.

윤형주가 쓴 ‘나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는 절반이 ‘세시봉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장희 편의 소제목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보헤미안’. 이제 그를 만나려면 배를 타야 한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유치환 ‘울릉도’ 중)엔 눈이 많이 온다. 서른 즈음에 이장희는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자신을 새로 디자인했다. 서대문형무소였고 거기서 20일을 보냈다. 한 뼘 욕심을 못 치우고 평생을 마음감옥에서 채우는 사람이 좀 많은가. MBN ‘나는 자연인이다’는 40대 이상 남자들의 로망이라는데 ‘나는 자유인이다’라는 프로를 만든다면 먼저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이장희다. ‘세상살이 지치고/힘들어도 걱정 없네/사랑하는 사람 있으니/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울릉도는 나의 천국’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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