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딸 강제북송 논란… 외교·인권문제로 비화하나

伊외교부 ‘北귀환’ 확인

정상국가 이미지 만드는 北
강제송환 확인되면 큰 타격

지난해 11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부부의 잠적 후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실상 강제송환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 이미지를 굳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조 전 대사대리의 딸 강제송환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탈리아와 북한 간의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이탈리아 외교부 성명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지난해 11월 14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부모인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같은 달 10일 대사관에서 잠적한 지 나흘 만이다. 북한은 이런 내용을 같은 해 12월 5일 이탈리아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설명했다. 북한은 이 통지문에 앞서 지난해 11월 20일에는 대사대리가 김천으로 교체된다는 사실만 먼저 이탈리아에 통보했다. 현재 조 전 대사대리 부부는 이탈리아 측의 보호 아래 서방으로의 망명을 시도 중이거나, 이미 망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자발적 북한행이 아니라 강제송환됐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18일 “당시 북한대사관이 조 대사대리의 동향이 이상하다고 판단해 즉시 외교관을 붙여 조 대사대리의 딸을 비행기로 베이징(北京)을 통해 평양으로 들여보냈다”고 주장했다.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도 “딸이 붙잡혀 가서 조성길의 한국행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국내 탈북자 단체들도 그 소식이 퍼진 후 조성길의 한국행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측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자국 내에서 북한 당국의 불법적인 신변 억류나 강제송환이 이뤄졌다면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차관은 이번 일을 카자흐스탄 재벌이자 야당지도자 출신인 무흐타르 아블리아조프의 부인 알마 샬라바예바와 그의 6살 난 딸이 2013년 이탈리아에서 카자흐로 강제송환된 사건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7∼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논의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 논의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탈리아 정가에서 북한 사정에 밝은 인물로 여겨지는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이번 일은 납치나 강제송환이 아니다. 조 전 대사대리 딸은 평양에서 조부모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 전 대사대리 딸이 장애를 갖고 있다며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잠적 시 불편을 우려해 딸을 데려가는 것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