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당 ‘朴탄핵 늪’ 못 빠져나오면 민심 더 멀어진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는 23일엔 모바일 투표, 24일엔 시·군·구별 투표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막바지 득표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태극기부대 추태와 박심(朴心) 논란 등이 겹치면서 2016년 총선 ‘옥새 파동’과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자멸할 때와 변한 게 없다는 개탄을 자아내게 한다. 당 지도부나 공직 후보 경선에서 어느 정도의 상호 공격과 잡음은 어쩔 수 없고, 성찰과 새로운 노선 창출의 촉매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당은 ‘역(逆) 컨벤션 효과’를 걱정해야 될 정도로 국민과 지지층을 실망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큰 문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우물 안’ 이전투구다. 보수정치 원칙과 국민 눈높이보다는 당내 극성 세력에 휘둘리고 있다. 선두권이라는 황교안 후보부터 19일과 20일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탄핵 결정은 타당하지 않다”는 식의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오세훈·김진태 후보가 빈틈을 양쪽에서 파고들면서 탄핵 책임론이 주요 쟁점이 되고 말았다. 탄핵은 이미 과거다. 되돌릴 수도 없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지지했고,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실정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다시 따져볼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을 잘못해 탄핵을 당했는지 ‘반성 경쟁’부터 해야 한다. 탄핵이 억울하다면, 박 전 대통령이 당한 ‘엄정한 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견제하겠다는 각오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보수 정당도, 한국 정치도, 민주주의도 발전한다.

그 연장선상에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가 있다. 황 후보는 “국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사면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오 후보는 공감대 형성 뒤 논의, 김 후보는 “대환영이지만 안 해줄 것 같다. 사면보다 석방이 우선”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은전’을 애원하는 것으로 비친다. 자의적 특사는 원론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한국당도 당당해야 한다.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는 말은 거기서 교훈을 얻으란 의미다. 이런 당위를 망각하고 눈앞의 경선 유불리만 의식해 과거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댄다면 선거에서 이길 정도의 민심을 얻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