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데이터 검열 불안 키울 HTTPS(보안 프로토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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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새로운 방식의 인터넷 차단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청원참여자가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다. 관할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 논란에 대해 ‘통신·데이터 감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높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현재도 불법 음란물이나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굳이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특정 웹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이용할 때 통신 규약인 ‘HTTP’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이 방식이 갈수록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해져서 그 대안으로 ‘HTTPS’(보안 프로토콜)가 등장했다. 브라우저와 서버 간 오가는 데이터가 암호화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대다수 해외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보안이 강화된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꾸면서 기존의 불법 사이트 차단 방식이 무의미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보강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인터넷에는 아동 포르노 등 강력히 규제해야 할 내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럽의 다수 국가를 포함해 해외에서도 특정 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 대다수는 우리나라가 기존에 썼던 HTTP 차단 방식을 쓴다. HTTPS 접속까지 차단하는 국가는 현재까지 중국과 한국, 중동 일부 국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직도 국민의 기억 속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를 펼치겠다고 한 공약이 생생한데,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에 대한 종합적인 철학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결정에 동의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둘째, 실효성의 문제다. 인터넷 규제는 인터넷의 발전 과정과 궤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계속돼 온 이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상의 포르노를 규제하기 위해 ‘정보통신품위법’이라는 법을 제정해 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 법이 자칫 성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헌법상의 이유로 위법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유해 사이트를 둘러싼 단속에서부터 ‘제한적 본인 확인제’라고 불리는 인터넷 실명제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국민적 저항과 위헌적 요소들로 인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또한, 이번 사례처럼 기술적 방식으로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시도에 대응해 진화된 또 다른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 왔다.

셋째, 정부의 권력 남용 논란을 또다시 촉발시키고 있다. 스스로 촛불정신을 계승했다고 밝히는 문 정부는 국민을 위한다는 과도한 신념으로 정작 국민의 알 권리를 막고 사생활을 들출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을 너무나 섣부르게 시도하고 있다. 이번의 HTTPS가 바로 전형적 사례다. 그동안 인지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검열당한 경험을 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례를 또 다른 국가 주도 검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음란물이나 불법 정보라는 바바리맨을 잡겠다고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라는 바바리코트를 못 입게 하는 오만한 정책을 펼치려는 건 아닌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좀 더 겸허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