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넣어두고 상상 펼치는 ‘나만의 공간’ 100%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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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잘 쓰는 법 / 이고은 글·그림 / 사계절

책상과 서랍이란 어린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린이가 처음으로 자기만의 독립적 공간을 보장받는 순간은 책상 앞에 앉을 때다. 서랍이 생기면 비밀을 넣어놓고 열쇠로 잠글 수도 있다. 학교 책상은 시끌벅적한 교실 안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책상 사용 요령을 일러주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책상은 자기만의 보물섬이기도 한데 알맞은 정리방법도 못 배우면 뒤죽박죽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서 이런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이고은 작가의 ‘책상 잘 쓰는 법’은 어른에게도 유용한 ‘자신만만 생활책’ 시리즈의 신간이다. 이 책을 책상을 사주었으니 공부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 집합으로 짐작하면 오해다. 가장 먼저 ‘책상에서 몰래 자기’의 열 가지 비결부터 일러주는데 ‘책을 들고 자기, 팔심이 좋아야 한다’는 부분에 눈이 간다. 설득력이 있다. 펼쳐보니 책상과 책, 연필, 지우개, 공책, 종이, 문구를 사용하는 지혜의 책이다. 도서관 책상 사용법, 효율적인 책장 정리법, 지우개 가루 정리법에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예술적 행위처럼 보인다는 연필 깎는 방법까지 구체적인 비결을 친절한 그림과 글에 담았다.

엄마는 식탁을 책상으로 쓰며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아빠는 자기만의 책상 주변에 좋은 글귀나 중국어 낱말들이 쓰인 쪽지를 붙여 두는 장면은 가족 간 불평등한 공간 사용을 풍자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평소 책상을 억눌린, 갑갑한 공간으로만 바라보던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책상은 원래 놀이터이기도 하다. 벌써 선물 받으면 환호할 몇 명이 떠오른다. 책상에서 (글) 쓰는 사람과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새 학기 등굣길 각오가 남다른 어린이들에게 주고 싶다. 세계적인 멋진 상상과 업적들은 대개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나왔다. 56쪽, 1만35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