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核동결-제재완화 합의땐… 核·경제 둘 다 쥐는 北의 승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출범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대수장)’ 공동대표인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수장 출범 배경을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외교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태영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 공동대표

2차 美·北회담 ‘평화 쇼’ 하고
종전선언 땐 유엔司 존립 흔들
결국 韓美동맹까지 균열 불러

核보유국으로서 협상 나선 北
文정부 활용 비핵화 시간끌기
궁극적으로 核포기 안 할 것

지난 1월 30일 출범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대수장)’ 공동대표인 김태영(70) 전 국방부 장관은 “미국 등 외부 위협에 대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만약 군축협상 등 국가 차원의 도전이 실패할 경우 국가 패망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된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서’에 대해 “국회 동의 없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안보정책과 대북정책”이라고 평가한 뒤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450여 예비역 장성이 대수장 비영리단체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협상 전략에 대해서도 “북한은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처럼 핵 완성 후에 버티면서 핵보유국 인정을 추구하고 있다”며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완성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핵 감축 협상 테이블에 등장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합참의장을 지낸 김 전 장관은 지난해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단에 대해 “북한 비핵화는 진척이 전혀 없는데 훈련 약화로 우리의 안보 역량과 무장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군 기강이 붕괴되고 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김 전 장관은 “훈련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며 “연합작전 시 언어 장벽, 동맹군에 대한 지식 부족 등을 충분히 반복 숙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연합훈련은 동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국내적으로 반미(反美)·반일(反日)시위가 급증하고, 한·미 동맹 흔들기와 일본과의 불화(不和)로 적과 동지가 혼동되고 있다”며“종전선언이 가져올 안보 위험성을 망각하고 있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되면 국가 위신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생 국가안보에 헌신하며 살아온 예비역 장성 수백 명이 남북 화해가 진행 중인 이 시점에 대수장 모임을 결성하게 된 배경은.

“미국에서 교민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는데, 나라 안보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신다. 국민 내 일부 진보세력은 ‘북핵에 의한 적화통일 여건 조성’이라는 북한 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망각하고 ‘미국 등 외부위협에 대비해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중국 제나라의 대부 사마양저가 갈파한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즉 천하가 비록 편안해도 전쟁을 잊어버리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경고를 저버리면 만전지계(萬全之計)를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예비역 장성들이 별도 단체까지 결성해 정부의 국가 안보와 대북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며 반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너무 많이 나갔다. 합의서를 보면, 과거 남북기본합의서 앞쪽 군사합의부문의 상호 충돌방지, 신뢰구축 등 유사한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런데 당시 기본합의서에 비해서 이번 남북군사합의서는 지나치게 많이 나갔다. 전방 감시초소(GP)를 부수고 연결 통로도 만들었는데, 굉장히 무책임해 보인다. 정부는 ‘기회와 도전’을 거론하며 남북이 서로 열심히 화해 협력의 길로 가자고 한다. 그런데 도전의 결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망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우리가 북한을 지나치게 적대시하고 악마화해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힘들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켰고 정전협정 후 70년 동안 3000번에 가까운 도발을 했다. 우리가 북한을 먼저 도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북한은 국내적으로도 완전한 독재 국가이고, 김정은은 고모부를 고사포로 처형하고 이복형을 독살한 인물이다. 그런 북한을 얼마나 신뢰했길래 그렇게 홀라당 다 벗어주는 식으로 군사합의를 하는가. 우리 예비역 장성들은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기하게도 이런 주장을 완전히 무시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김희상 청와대 안보보좌관을 둬 군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브레이크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군 인사와 얼굴을 마주하거나 접촉을 별로 하지 않고 청와대 위주로 대북·안보정책을 결정하고 국방부 전체 의견은 반영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현 정부 내에서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너무 강력한 한·미 동맹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며 북한과 중국 측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광복 후 역사를 보면, 1949년 미군이 철수하고 한국군 양성을 위한 일부 군사고문단만 남겼는데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미군을 다시 불러들였다. 중국과 옛소련의 후원을 받는 북한의 도발 때문에 미군이 한반도에서 못 나가고 있다. 북한이 미군의 위협을 느껴서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김일성은 6·25전쟁의 대전략 실패 요인을 ‘미군과 일본의 증원과 지원 차단 실패’로 분석하고는, 1960년대 미국과 일본의 증원과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군사전략 구상과 전쟁 준비를 지시하고 핵무기를 만들어 적화통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전략을 진척시켜왔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목적은 통일전선전술에 의한 적화통일 목표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인데도 중국과 북한이 한·미 동맹을 문제시 삼는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적화통일이 되고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1월 21일 국민대토론회에 이어 지난달 대수장 창립총회 초청장에서 ‘안보 상황이 국가의 존망을 걱정할 정도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말로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을 깨버리는 것들이 들어 있는 게 조선반도 비핵화인데, 이를 북한 비핵화와 같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병역 자원은 줄어드는데,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군 복무 기간 단축이나 외출·외박 기회 대폭 증가와 구역 확장 등으로 앞으로 병력 보충이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군이 쇠약해지고 군 기강이 무너질 것이 우려된다. 병사들은 복무 기간이 짧아지니까 당장 좋아하고 그런 조치를 해준 정부에 우호적이겠지만 그런 선심성 정책은 군 기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한·미, 한·일 간 균열도 갈수록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더 걱정되는 건 반미, 반일 정서다. 현 정부 들어 미 대사관이나 미군기지 앞에서 계속해서 시위하고 있고, 일본과도 불화와 갈등이 심해지는데 이는 안보에 독이 되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에겐 북한 위협도 있지만 주변국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 군사력은 유럽과 비교하면 크고 작은 50여 개 국가 중 5, 6위 정도지만, 군사대국에 둘러싸인 동북아시아에서는 군사력이 가장 약한 나라에 속한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 속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 대비도 해야 하고 동맹도 만들고 주변 국가와 관계도 좋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주변국 외교가 엉망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 가서 ‘혼밥’ 신세가 되기도 했는데,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중국을 4차례 방문해 최고의 대우를 받은 것과 비교된다. 일본하고도 심각한 불화 상태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지 말라고 압박하자 우리가 3불(不) 입장을 발표했다.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3국 간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 사드는 방어용 무기로, 중국을 위협하는 무기도 아닌데 우리 스스로 죄지은 듯 처신한 건 잘못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도, 위협이 다가올 때 도와주는 세력을 만들기 위해 동맹을 우리 편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한미연합사 대신 미래연합군사령부를 만들어 한국군이 미군을 지휘하겠다는 건 난센스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전작권을 조기 전환하려 하다간 미국과 멀어질 수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예비역 장성 일각에서는 ‘대북 항복선언’ ‘우리 군을 무장해제하는 수준의 양보’ ‘신체포기 각서를 준 셈’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데 비해 국방부는 ‘평화협정에 준하는 선언문’ ‘남북한 사이의 신뢰와 군사적 기반을 구축하는 주춧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보면 남북화해를 위해 상호 연락하고 내정 불간섭, 중상·비방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불가침 협정을 통해 모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직통전화를 설치해 서로 협의하는 체제를 갖추고, 남북 교류를 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게 군비통제 중에서 신뢰구축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뢰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6·25전쟁을 일으키고 3000회 이상 군사 도발해온 나라인데 김정은 말 한마디로 신뢰구축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겠는가. 개인 간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5000만 국민의 운명이 달려 있는 사안인데 북한의 과거 행각을 망각하고, 손바닥 뒤집듯 쉽게 처리해선 안 된다. 지금은 신뢰구축 하나 제대로 안 돼 있는데 2단계 운용적 군비통제로 가고 있다. 지금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둘 사이에서만 신뢰구축이 이뤄진 것이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국민대토론회에서 “남북 군사분야합의서 제1조 1항은 한국의 군사력만 붕괴하는 조치로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북한은 우리 국방력 건설, 방위력 증강 등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는데 제1조 1항 합의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정확한 지적이다. 전력증강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 군은 대부분 방어형 체계로, 전략 자체가 방어형이다. 작계 5027 첫째 목표가 전쟁 억제이고, 둘째는 전쟁 나면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작계 5027의 기본이다. 우리가 갖춘 무기체계는 방어형이다.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3축(3K) 체계 용어마저 바꿔버렸는데, 3축 체계는 공격해오는 적 전력에 대비해 피해를 줄이는 대책이지, 우리가 먼저 공격하겠다는 게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공격형 무기체계이며 120만 대군으로 끊임없이 위협, 도발한다. 북의 창과 칼에 대비해 우리는 방패를 들겠다는 것인데도, 북한은 거기에 계속 시비를 건다.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절대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군사합의서 1조1항은 우리가 스스로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군사합의서 내용 중 군사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불리한 내용은 어떤 것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가장 문제인가.

“거의 모든 것이 잘못된 합의다. 비무장지대(DMZ)에 무인항공기나 정찰기를 띄우는 건 북한 공격용이 아니라 북한의 병력 집결 등을 감시하는 의도인데 정찰기 운용 자체를 금지했다. 그 결과 군사적으로 북한의 공격 징후를 알아차릴 수 없게 됐다. 유럽에서 옛 소련과의 군비통제 중 하나가 ‘오픈 스카이(Open Sky)’인데, 서로 상대국을 정찰·감시 가능하게 한 게 핵심이다. 공군이 무인 정찰기를 DMZ 인근에 띄우는 건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의도가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것인데, 그걸 못 하게 한 것은 북한의 기습 공격 가능성을 열어주는 셈이다. NLL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DMZ 내 지뢰도 캐내는 바람에 유사시 기습공격 통로가 개설돼 북한의 진입이 가능하게 됐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중단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주한미군 역할이 축소되고 한·미 동맹도 균열이 생긴다. 대안이 무엇인가.

“훈련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고 군대 규모도 120만 명인 데 비해 우리는 62만여 명이다. 우리는 국방력을 튼튼히 하면서 운이 좋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못살 때 최강대국 미국과 동맹이 됐다. 2만8500여 명이라도 미군이 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일종의 저금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험도 든 셈이다. 북한이 핵을 쓰면 미국의 핵우산으로 막아줄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어려운 게, 우리도 보직이 계속 바뀌고 미군도 오래 있다 보면 대부분 교체된다. 미군이 한국에 와 있을 때 부대 운용을 숙달해서 전쟁 준비 능력을 키운다. 작계를 읽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 모의 연습이 굉장히 중요하다.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한·미 간 언어소통의 문제,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 등을 알기 위해 연합훈련은 필수다. 연합훈련이 어려우면 소규모 훈련으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미군이 한국 와서 그냥 훈련도 안 하고 가면 진짜 중요한 순간에 동맹 시스템 작동이 안 되게 된다. 그런데 한미연합사령관이 3년 임무를 맡는 동안 한국군 연합사부사령관은 3번 정도 바뀐다. 한국군은 1∼2년 주기로 보직이 변경되다 보니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 전쟁을 해봐야 전쟁 능력을 키울 수 있는데, 미국은 끊임없이 전쟁하는 나라로, 우리는 1년이나 1년 반이면 계속 교체되니까 한·미 연합훈련도 열심히 하는 쪽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일본과 해상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등으로 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전례 없는 위기와 갈등 국면이다.

“아이들 다툼에 양가 어른들이 멱살잡이하는 꼴이다. 아이들은 째려보거나 공중에 주먹질한 것인데, 현장의 두 아이의 옳고 그름을 완벽히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치인들도 ‘외부의 적 만들기’로 표심 공략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보다는 우선 ‘해상충돌·교전·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 이슈 타협과 달리 국가의 생존을 위해 군사외교 등 한·일 안보협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을 거론하고 스몰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협상 카드를 쪼개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래 핵 등 일부를 파기할 수는 있겠지만 핵무기 능력의 대부분은 숨기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결국 더욱 철저한 경제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는 등 완벽한 한·미 공조와 중국의 진정한 협력을 끌어내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미·일·중 간 구석구석에 틈이 생기다 보니 실질적인 경제 제재로 북한을 코너로 몰아 완전한 비핵화 수용이란 항복을 받기는 불가능해졌다. 과거에는 북·중 사이가 멀었는데, 우리 정부가 북한을 상당히 옹호하는 형태로 가다 보니, 이제는 김정은이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며 후원을 받게 되고 배짱을 튕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지금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거의 다 풀어버려 북한으로선 여유가 생겼다.”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도 양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는 특별히 서두를 것이 없으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안 하는 등 제재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쪽으로 가면 북한의 승리다. 북한은 손해 볼 것 없고 경제 제재만 풀리면 원하는 대로 핵과 경제 두 가지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국제사회는 제재를 안 풀겠다고 하는데 한국이 제재를 풀고 남북경협에 드는 부담 등을 모두 떠맡겠다고 자청했다며, 핵 동결 수준에서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게 된 책임을 한국 요구 탓으로 돌릴지도 모르겠다.”

―2차 정상회담에서 명시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기보다 사전단계로 대북 적대관계 청산과 불가침 등 평화선언을 취한 뒤 향후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평화 쇼를 하고 종전선언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척되면 결국 유엔사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의도는 ‘한국의 무장해제’라고 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종전선언 문제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종전선언이 되면 유엔군사령부가 왜 남아 있느냐며 나가라고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를 동원해서 유엔사 폐지 문제를 꺼내고 한·미 동맹에도 시비를 걸게 되면 한·미 동맹이 발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무장해제를 노리는데, 우리는 김정은을 믿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일부 여당 정치인은 김정은의 대변인, 문 대통령은 수석 대변인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우리 스스로가 잘못 판단해 국가 위신이 추락하고 있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북한과 대화해보니 김정은이 진실한 것 같다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북한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밖에서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펠로시 의장 등 미국 지도층 인사들은 한반도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걱정을 표현한 것으로 그가 특별히 삐딱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한 건 아닐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 등 여야 5당 대표단 면담에서 “엄마, 아빠 훈계가 다르면 애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작심 발언한 의도는 무엇으로 보는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조치에 어긋나는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과속 조치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전쟁을 방지하면서 미·북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이라고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북한 입장 대변으로 미국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의 효과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남북관계 과속 개선을 앞세우는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나.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논리는, 북한과 화해 협력으로 가는 게 전쟁도 방지하고 서로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 표를 얻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게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김정은 뜻대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우리와 전혀 다른 체제임을 감안한다면 화해 협력의 노력을 하더라도 군사 대비 태세를 철저히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당장 전쟁이 안 나고 당장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모든 위협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우리는 국가 안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수장 공동대표로서 대한민국 안보수호를 위해 대수장의 활동 방향은.

“북한의 객관적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합리적 남북 관계와 대북정책을 선도하는 데 기여하는 방안을 찾겠다. 또 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 및 정부의 영토수호 의무 준수를 촉구할 것이다. 자유민주 대한민국과 국가 정체성 수호와 시장경제 원칙 및 체제 수호와 연방제 통일 반대를 방향으로 설정했다.”

인터뷰 = 정충신 정치부 부장 cs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