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서울시 철도망 계획 의미와 보완 과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2차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및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2007년 1차 계획과 비교할 때, 단순히 법정계획을 완수한다는 목표를 넘어서 좀 더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한 면이 주목할 만하다. 막연한 시민 편의가 아닌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의 편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예비 타당성 지침은 승용차 이용 감소에 의한 도로 혼잡 완화 효과가 클 때 도시철도의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인구밀집도, 교통혼잡도가 높은 지역을 제외하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철도의 건설 타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체 통행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교통 이용자를 통해서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도시철도망의 직선화·직결화·급행화를 통해 고착도가 높은 승용차 이용자들에게 철도 이용을 간구하지 않더라도 대중교통 이용자 편익만으로 경제적 타당성 확보가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제시한 4호선 급행화, 5호선 직결화 계획은 고무적이다. 이번 도시철도계획에서는 서울시민의 75% 이상이 10분 이내에 도시철도 서비스에 접근한다는 세부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렇듯 형평성 목표가 달성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도시철도 비전이 기존 노선의 직선화·직결화·급행화로 전환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아마도 3차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마련된다면 전적으로 이러한 3원칙을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새로운 철도 노선을 통해 도시 구조를 개편하려는 노력이다. 서울시 전체 공간 구조를 살펴보면 강남·북의 동서 교통축에 커다란 불균형이 있다. 강남은 지난 30년간 지하철 2호선 남부 구간이 동서를 가로지르며 도시 공간을 재편해 왔다. 신도림, 신림, 사당, 강남, 삼성, 잠실의 도시축이 형성되면서 서울시민의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반면, 강북은 동서가 산악 지형으로 가로막혀 물리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시민들 사이에서조차 강북의 동서 교통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고착화했다. 도시가 발전하자면 동서남북의 소통이 골고루 원활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가 강북선을 제안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현재로써는 강북선을 채워줄 현실 수요가 충분치 않다. 하지만 2호선 남부 구간도 개통 초기에는 통행 수요가 미비했다. 2호선은 도시철도가 도시 구조를 개편한 대표적 사례로, 같은 맥락으로 강북선의 건설도 강북 동서 간 시민 활동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이를 통해 도시 구조의 확장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도시철도 계획의 내용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그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도시철도 이용 형평성 확보의 완결이다. 둘째는, 기존 도시철도 이용자의 편익 확대 차원에서 급행화·직결화 계획의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미래 도시 구조 발전을 겨냥한 신규 노선의 제안을 들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제안은 현실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번 계획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계획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연계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측건대 장래에는 수도권 통행 패턴이 GTX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나머지 교통수단들은 GTX를 지원하는 지선 개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존 철도와 GTX, 공유 자율차와 GTX의 연계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이번 계획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보안책을 마련하고 국토부에 건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