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北 역사 왜곡 심각…객관적 사료 통해 바로잡아야

3·1운동 및 임시정부(이하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 우리는 대한민국을 태동시킨 이 유의미한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며 당대 선각들의 소중한 행적(行跡)을 되새기려는 조류(潮流)가 만조(滿潮)에 이르렀다. 3·1운동은 임정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혁명으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을 만큼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북쪽에선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로 축제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설과 추석으로 지정한 남한과 달리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가장 큰 명절로 지정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앞두고 백두산 인근 삼지연군에서는 얼음조각축제를 개최했고 ‘백두산상체육경기대회’라는 이름의 각종 경축대회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같은 얼굴,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임에도 우리와 다른 2월을 보내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한민족’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북한에선 이 사건들에 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3·1운동의 주역은 김 주석의 부친 ‘김형직’이라며, 노동자, 농민, 학생이 주체가 돼 일으킨 계급투쟁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불굴의 투지를 높게 평가하기는커녕 김 씨 일가(一家)의 혁명적 정신으로 이뤄낸 치적(治績)으로 인민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체제 유지를 위한 교육방식으로 계급주의 사관과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맞춰 역사를 서술하는 북한의 역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왕의 업적 및 연도 중심의 역사 교육을 통해 자율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반봉건, 반외세적 활동을 펼친 인물을 중심으로 체제의 당위성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역사를 교육하고 있다. 역사 왜곡의 한 예로 고구려의 전통성을 계승한 국가임을 주장하는 북한은 고구려의 기상을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신라에 의해 삼국통일이 완성된 것이 아닌 고구려에 의해 삼국이 통일됐다고 주장하는 것을 들 수 있다. 6·25전쟁에 대한 역사인식 역시 상이하다. 전 세계 역사학회에서 인정하는 1950년 불법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을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세계사 교육은 또 어떠한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에 대동강을 슬쩍 끼워놓고는 대동강 일대에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가르치며 대동강이 세계 5대 문명의 하나였음을 강조하는 모습은 같은 민족이지만 민망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동일한 역사 경험과 전통문화를 갖고 있지만 이렇듯 극명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남과 북은 꾸준한 교류를 통해 이질적인 간극을 좁혀야 할 것이다. 이에 먼저 우리는 허구적인 역사를 분별하고 사실에 근거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며 남과 북이 각각 갖고 있는 사료들을 통해 진실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한겨레가 돼야 할 것이다. 금초롱·동국대 북한학과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