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블랙리스트’ 발견… 檢, 김은경 재소환땐 피의자로

金 前장관 취임직후 만들어져
김태우 문건보다 5개월 빨라
임원 정치성향·비위의혹 담겨
檢, 靑 지시로 문건작성 의심

“감사공모때 靑내정인사 알아”
당시 추천위원 진술도 확보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환경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와 ‘여권 인사 낙하산’이 이뤄진 정황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취임 직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블랙리스트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문건 작성에 대한 청와대 개입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직전 이뤄진 첫 소환조사 당시 김 전 장관은 피고발인 신분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또 다른 블랙리스트에는 산하기관 임원들의 명단과 정치적 성향, 비위 의혹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임원 자리에 점 찍은 인사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보다 훨씬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또 김 전 특감반원이 공개한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1월보다 이른 2017년 7월 작성됐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의 ‘원본’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정권 교체 직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를 지속해서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환경부 운영지원과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취임 초 이 같은 문건을 만들 이유가 없는 데다가 김 전 장관 스스로도 산하기관에 대해 ‘인사권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산하기관 임원의 임명 권한은 “사실 저에게 없다”고 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이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일괄 수리한 것에 대해 “청와대와 상의한 것인가, 장관의 판단인가”라고 질문한 데 대한 대답이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청와대의 문건 작성 지시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보고된 정황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더불어 검찰은 지난해 6월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의 상임감사를 공모할 당시 산하기관 임원 추천위원이었던 환경부 인사로부터 ‘청와대에서 내정한 인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심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위원회는 환경부 소속 공무원 4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되는데 당시 민간위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고 결국 청와대 내정 의심 인사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임정환·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