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자전거타기 힘들어 해 지기만 기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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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7년만에 스크린 복귀 정지훈

국가대표 코치에 3개월 훈련
하루 3~4시간 쉬지않고 촬영

일제 통치 악용 자전차대회서
우승 차지한 실존 인물 이야기

가수·배우 사이 아직도 고민
결혼하고 아빠되니 안정 찾아

단역이라도 하고싶은 역 하고
학생들과 단편 영화도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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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물질적 이익을 얻기보다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요.”

배우 정지훈(사진)이 연기를 하는 이유다. 그가 ‘알투비:리턴투베이스’(2012) 이후 7년 만에 나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이 27일 관객과 만난다. 이 영화는 경술국치 해인 1910년을 배경으로 일제가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연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떨친 실존 인물 엄복동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향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일을 하던 엄복동(정지훈)이 서울로 올라와 자전차상회 사장 황재호(이범수)의 눈에 들며 선수로 키워진 후 자전차대회를 휩쓰는 내용이 펼쳐진다. 또 독립운동단체 애국단의 활동이 한 축으로 전개되며 애국단 대원 김형신(강소라)을 짝사랑하는 엄복동이 그를 도우며 고초를 겪는 장면도 등장한다.

정지훈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군대 다녀오고, 앨범 활동하며 드라마에도 출연하느라 스크린 연기에 공백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 선택에 신중해지더라고요. 제작자인 이범수 선배가 이 영화 시나리오를 줘서 읽어보니 남녀노소 누구나 따뜻하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의 느낌이 강했어요. 이 선배가 제작은 처음이지만 대충하진 않을 거란 신뢰가 컸어요. 또 엄복동이란 인물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준 히딩크 감독 같은 분이더라고요.”

당시 최고의 자전거 선수 역할이니 당연히 자전거훈련을 강도 높게 받았고,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도 기울였다.

“촬영 전 3개월 동안 한국체대에 들어가서 국가대표 코치님께 자전거 훈련을 받았어요. 그렇게 준비했는데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 하루 3∼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전거 타는 장면을 찍으니 힘들더라고요. 매일 빨리 해가 지기만을 바랐어요(웃음). 또 이분이 어떤 삶을 살았고, 걸음걸이가 어땠으며 어떤 행동을 했을지 알고 싶었는데 남아있는 자료가 사진 몇 장밖에 없어서 제 할아버지 세대 분들께 당시 생활상을 여쭤보고, 제 방식대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욕심 없이 산 순박한 청년을 보여주기 위해 충남 억양이 섞인 톤으로 대사를 했어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엄복동이 말년에 자전거를 훔친 일이 불거졌다. 정지훈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삶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엄복동을 연기하며 ‘이분은 어떤 고뇌를 했을까’ 생각했어요. 대중이 환호하던 스타였는데 말년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전거를 훔쳐 벌을 받았겠어요. 화려한 조명을 받다가 사라지는 연예인의 삶과도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그분의 삶이 쉽게 공감되진 않았지만 대중을 위한 광대로 살아가는 저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2017년 배우 김태희와 결혼해 딸도 낳은 그는 인터뷰 내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불혹을 바라보는 그에게 ‘가수 비’로 무대에 오를 때와 ‘배우 정지훈’으로 연기를 할 때 어떻게 다르며 앞으로 어떤 일에 더 집중할 건지를 물었다.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는 완벽하게 보여주려 하고, 배우로서는 아직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이에요. 무대에서는 최대한 즐기려 하고, 연기는 여러 사람과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하죠.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에 집중할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가족을 위해 일을 줄일지, 아니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족도 챙길지부터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 나이가 안 돼서 일단 두 가지 일 모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질문에 애매한 답을 내놨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말을 건네자 가족을 우선시하며 가수보다는 배우 쪽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생각을 명확히 밝혔다.

“이렇게 살다가는 가족과의 추억을 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1년 정도는 제 삶을 살려고 해요. 열정을 그만 불태우며 칼도 좀 덜 갈아야죠(웃음). 출연분량이 적고, 단 한 컷만 나오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거예요. 학생들과 함께 단편 영화도 만들고, 제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 했는데 결혼하고 아빠가 되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니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네요(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