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 Science >정책망, 상대에 응수할 手 고르고… 가치망, 후보 手마다 승률 계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둑 인공지능(AI) 중 하나인 ‘릴라제로’가 컴퓨터 화면상에서 실행되는 모습. 한국기원 제공

- 바둑AI, 어떻게 작동하나

데이터 중 승률높은 手 샘플링
‘릴라제로’는 착점별 승률계산

바둑 AI는 제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형세 분석, 집 계산, 예상 전개도, 수(手)읽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천재 프로그래머 데미스 허사비스는 2016년 이세돌 9단을 자신이 만든 바둑 AI ‘알파고’가 4 대 1로 이긴 후 카이스트 초청강연에서 작동원리를 간략하게 밝힌 바 있다. 알파고는 정책(政策)망과 가치(價値)망, 2개의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으로 구성된다. 인공신경망은 인간 뇌 신경이 강한 자극 방향끼리 시냅스에 의해 가중 연결되는 원리를 소프트웨어 코딩에 응용한 것이다. 정책망은 상대의 수에 응수할 후보 수를 고른다. 가치망은 각 후보 수의 승리 확률을 계산한다. 바둑은 가로세로 19줄이 361개 교차점을 만든다. 어느 한 지점에 돌이 놓였을 때 나머지 지점에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다. 무한대에 가깝다는 얘기다. 트리(tree) 탐색은 나무가 큰 줄기에서 가는 줄기로 가지를 뻗듯, 상위에서 하위 결정으로 내려가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방법이다. 정책망과 가치망에서 끝까지 모든 탐색을 할 순 없다. 여기에서 몬테 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이란 통계적 샘플링 알고리즘이 동원된다. 경로와 승률을 계산할 때 전체 훈련 데이터 중 승리로 이끌었던 선택(액션)의 초기 확률과 바둑판 상태의 승리 확률을 절반까지 구한다. 확률 높은 탐색으로 검색 과정을 확 줄이는 방법이다.

프로 기사들은 오픈 바둑 AI ‘릴라제로’를 켜놓고 연구할 때, 반상 위의 각 착점에 대한 개별 승률을 즉시 계산해주기 때문에 좋은 수와 나쁜 수의 판단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실제 화면에서 보면 한 수 한 수를 둬 나갈 때마다 왼쪽 분할 화면에서 흑 돌과 백 돌의 승률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정책망에서 보여주는 후보 수의 수순을 차례차례 음미하면서 다음 전개의 유불리를 판단한다. 화면상 후보 수는 승률의 고저에 따라 1, 2, 3번째로 좋은 수가 다른 색으로 표시된다. 반투명한 후보 수의 돌 위에 써 있는 ‘42.8’ 숫자는 그 자리에 둘 경우 승률을 보여준다. 아래 작은 글씨로 ‘34k’라고 적혀 있는 숫자는 바둑 AI의 시뮬레이션 횟수다. 그 자리를 3만4000번이나 들여다봤다는 뜻이다. AI가 더 많이 찾아본 수는 그만큼 과거 대국의 데이터상 승리로 이어지는 경로였다는 의미다. 이렇게 바둑 AI는 꼼꼼한 개인 가정교사처럼 숫자로 명백하게 좋다, 나쁘다를 가려주기 때문에 프로 기사들은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바둑 AI의 활용에 관해 기계(棋界)의 의견은 갈린다. 전통을 중시하는 쪽은 너무 어려서부터 승패 자체에 집착해 ‘이기는 바둑’ 공부만 할 경우 대세 전략,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저하된다며 일정 정도 실력에 도달한 뒤 AI와 공동연구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컴퓨터 등 정보과학에 익숙한 젊은 기사들은 아예 바둑을 처음 배우는 단계부터 AI를 친구처럼 옆에 두고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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