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때아닌 ‘新한반도 체제’ 추진은 北核 폐기 저해한다

평화와 통일, 남북 경협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북한 핵무기와 핵 역량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에는 모두 현실성이 없다. 현 단계에서 그런 정책을 강행하면 핵 폐기는커녕 핵 개발을 거드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신(新)한반도 체제’ 준비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우려를 낳게 한다.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다가왔지만 북핵 폐기 가능성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북한은 핵 신고·검증에 저항하며 드러난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로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기류가 분명하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목표로 내세우지만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실험이 없는 한 행복하다”고 했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만 있으면 연락사무소, 종전선언은 물론 금강산 관광까지 허용할 태세다.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고, 한국은 그런 북한을 지원하는 재앙적 구도가 된다.

미국이 느슨해질수록 한국은 동맹 공조를 강화해 완전 핵 폐기를 이끌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25일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북핵 폐기에 대한 직접적 요구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인 것을 볼 때 핵 문제 해결 이후를 상정한 것으로는 보인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신한반도 체제도 언젠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북핵 폐기에 집중할 때다. 그런데도 “핵 대신 경제 발전을 선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미 행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핵 폐기 결단을 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에서 미·북 종전선언이 합의될 수 있다고 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종전선언의 주체가 남북에서 미·북으로 바뀌었는데도 환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러면서도 안보를 우려하는 인사들을 겨냥해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라며 “색안경을 벗어던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신한반도 체제를 추구한다면 북핵 폐기를 저해하는 행위임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