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더 커진 原電가치, 더 급한 脫‘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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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동국대 창의융합공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정책이 초미세먼지까지 늘린다고 아우성이다. 대체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로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 2029년이면 초미세먼지가 2배 가까이 짙어진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원자력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원자력을 대체하는 다른 에너지원 확대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2018년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실적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조1612억 원이나 줄어 20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요금 인상론이 벌써 들썩인다.

지난 20일 한국원자력학회가 발표한 제3차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 발전의 지속적 이용에 동의했다. 객관성을 위해 지난 두 차례 조사 때와 같은 문항과 방식으로 진행하되 조사 시기만 달리했을 뿐이지만, 대다수 국민은 일관되게 원자력 발전에 찬성했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점점 많은 국민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이역만리 체코에서, 방한한 인도 총리에게 지난 40년 동안 사고가 없었다고,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을까?

원전 비중을 0으로 가져가는 탈원전 정책에 동의한 비율은 7.3%에 그쳤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서도 ‘잘한다’ 43.9%, ‘못한다’ 51.7%로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선호하는 발전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태양광-원자력-풍력 순이었지만, 태양광과 원자력의 선호도 차이가 1차 15%포인트(태양광 44.9%, 원자력 29.9%), 2차 10%포인트(43.5, 33.5), 3차 2%포인트(38.3, 36.3)로 점차 그 폭이 좁아지고 있는 중이다.

원자력은, 그동안 유가 급등 등 모진 세파에 맞서 국민 경제와 물가 안정을 떠받치기 위해,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한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노고를 평가받기는커녕 사소한 잘못과 실수에도 온갖 구박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급기야는 더는 이 땅에 있어선 안 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원자력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해지고 그 자리를 다른 에너지원이 차지했지만, 그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석탄과 가스 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국민과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금수강산을 온통 헤집고 설치해 놔도 우리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전력량을 제때 공급할 수가 없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국토가 거의 훼손되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의 친환경성, 고효율 그리고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섣불리 대선 공약으로 내건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을 졸지에 시한부 인생으로 만들어 버렸다. 많은 장점이 있는 다른 에너지원도 단점만 더 크게 부각돼 반쪽짜리처럼 돼 버렸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우리나라는 손발 다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 비극이다.

작금의 상황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믹스가 무엇인지를 다 같이 고민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마침 좋은 공론의 소재가 있다. 4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청원한 신한울 3, 4호기다.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져 있다. 이제 정부의 결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