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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28일(木)
“불운과 행운 모인 것이 인생”…절망 속에도 꿈꾸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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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섈로’

“여덟 번 떨어졌다. KBS 4번, MBC 4번. 불합격한 날은 한강대교를 걸었다.” 이 비참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해보라. 방송사라곤 달랑 두 군데 있던 시절. “주제를 파악하고 수험표를 강물에 던질까.” 이영자는 그러지 않았다. “언젠간 꼭 방송국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리라.” 살다 보면 웃음과 비웃음은 글자 하나 차이. 식당을 향하며 외치던 노래를 그는 기억한다.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후회는 없어/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임재범 ‘비상’ 중).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 ‘꿈의 공장’ 언저리엔 지금도 수많은 이영자가 줄 서 있다. ‘천국이 마법의 길을 열어주네/구름이 하늘길을 뒤덮을 땐 무지개 길이 나타나지’. 영화 ‘스타 이즈 본’에 나오는 자막이다. 재능과 열정만으로 문이 열릴까. 반드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곡이 로드 스튜어트의 ‘세일링’(Sailing)이다. 무지개를 향한 애절한 절규가 사무친다. ‘들리나요, 들리나요(Can you hear me, can you hear me)/저 멀리 칠흑 같은 밤을 뚫고(thro the dark night far away)/끝없이 울먹이며 죽어가더라도(I am dying, forever crying)/당신과 함께라면(to be with you)’. 북극성을 바라보며 걷는 소년에게 어른은 말한다. “죽을 때까지 걸어봐. 결코 도달할 수 없을 테니.” 소년은 말한다. “그래도 걷고 또 걸으면 북극성 가까이서 죽을 수는 있겠죠.”

사람들은 동경하고 동정하며(동정받으며) 시간을 죽이지만 정작 힘이 되는 건 동행이다. 그래서 인연이 중요하다.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인연을 이어가려면 밝은 눈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걸 터득하는 곳을 나는 ‘인생사관학교’라고 부른다. 이 학교의 교훈은 두 줄이다. ‘현실은 객관적으로, 미래는 낙관적으로’. 순차적 수업목표는 관심, 관찰, 관계, 관리다. 풀어쓰면 따뜻한 관심, 예리한 관찰, 인간적 관계, 지속적 관리가 되겠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스타와 매니저의 ‘관계’와 ‘관리’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영자의 기존 매니저는 긴장한 신입에게 질책 대신 격려의 노래를 들려준다. ‘조금 늦어져도 상관없잖아/그냥 즐기는 거야/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모두가 처음 서보기 때문에/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이승철의 ‘아마추어’ 중). 결혼식 축가 알바도 해봤다는 후배 매니저는 차 안에서 수줍게 답가를 부른다. ‘외로움에 사무쳐/억지로 몸을 끌고 나와/조용한 카페에 앉아서/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다/왠지 나만 이런 것 같아/더 슬퍼 오면/주변에 심어진 수많은 나무들을 바라봐/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우뚝 서 있잖아’(로이킴 ‘북두칠성’ 중). 뭉클했던 건 그것이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꿈을 향해 즐겁게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희망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려면 안목과 양식이 필요하다. 내 곳간을 채워주는 양식(糧食)이 아니라 삶의 격을 높이는 양식(良識) 말이다. 항해할 때 길잡이가 되는 별이 북두칠성인데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포스터를 보니 일곱 분의 귀여운 할머니들이 북두칠성처럼 서 있고 중간에 이런 말이 씌어 있다. ‘인생 참말로 고맙데이’. 이분들은 아마추어 시인들이다. 시를 쓰는 법이 따로 있나. 시인 되는 법이 정해져 있나. 시를 쓰는 법이란 결국 인간으로 사는 법 아닐까.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시상자로 나온 줄리아 로버츠는 “모든 영화는 우리를 서로 연결시켜 준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연결되지 않고 완성되는 삶이 어디 있으랴. 연결의 가치를 보여준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섈로’(Shallow)가 주제가상을 받았는데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사진)는 축하공연에서 다시 관객에게 감동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금 세상이 넌 행복하니?(Are you happy in this modern world)/혹시 더 필요한 건 없니?(Or do you need more)’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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