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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2월 28일(木)
赦免(사면)의 근본 취지 저버린 ‘3·1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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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면(赦免)의 역사는 길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비밀투표로 시민 6000명 이상이 찬성하면 죄인을 석방했다고 한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군중의 요구대로 예수 대신 바라바를 석방한 것도 일종의 사면이다. 군주에 의한 사면권 제도는 영국에 그 기원이 있다. 16세기 초 헨리 7세 때 입법권과 사법권을 모두 장악한 의회에 대한 견제 장치로 국왕에게 사면권을 부여했다. 1787년,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미국 연방헌법에서 사면제도가 처음으로 성문화했다. 이후 대다수의 국가가 국가원수의 사면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사면권은 사법권에 대한 견제와 권력분립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 수준으로까지 확대된 현실에서는 사면권이 사법권에 대한 견제 수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법권을 침해하고 사법적 판단을 형해화할 수 있다. 물론 잘못된 사법적 판단으로 고통받는 자의 최종적 구제 수단으로 사면권이 활용된다면 사면제도의 존재 가치는 있다. 미국의 올리버 웬들 홈스 대법관은 ‘사면은 공공복리를 위한 행위이지, 우연히 그 권한을 갖게 된 개인의 사적인 자비 행위가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378명에 대한 3·1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한다. 사면 대상자 중에는 광우병 촛불시위,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세월호, 한·일 위안부 합의안 반대, 사드 배치 반대, 2009년 쌍용차 파업 등 이른바 7대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은 107명이 포함됐다. 사면 이유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극단적 국론 분열과 국민 간의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고, 때로는 국민 모두가 슬퍼하고 가슴 아파했던 사건들이기에 이들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은 이들을 사면하는 것이 갈등 치유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결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들 사건 자체와 이들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들을 같은 맥락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불법·편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면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갈등 치유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들을 전면 사면하는 것은 갈등 치유와 공동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들은 단순히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농성에 가담해서 처벌받은 게 아니다. 폭행, 기물 파손, 업무방해 등 범죄에 이를 정도의 범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받았다.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거나 자신의 지지층이 대거 참여하는 집회나 시위에서 자행된 범법 행위는 사면의 대상이 되고, 자신을 반대하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집회나 시위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는 배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 통합을 붕괴시킬 수 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사면제도의 폐지나 개편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번 사면에 대해선 사회 통합 차원의 결단이라고 환영하는 모습도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홈스 대법관의 지적처럼 대통령 개인의 사적인 자비 행위로 사면을 해선 안 된다. 내 편을 사면하는 것은 국민 통합이고 싫은 사람 사면하는 것은 사면권 남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적 갈등과 공동체의 치유에 도움이 되긴커녕 법을 경시하고 법치주의를 후퇴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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