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북한 ‘돈주’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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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북한의 신흥 부유층 ‘돈주’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들은 석탄·수산물·의류 등 북한 3대 수출 산업과 장마당 유통 산업 등을 통해 나름 자본을 축적한 데 이어, 대부업과 사적 외환 거래와 같은 초보적 금융산업에까지 진출·장악하고 있다. 2016년 3월에 착공된 평양 여명거리가 불과 1년 만인 2017년 4월에 완공될 수 있었던 것도 돈주 덕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돈주들이 국영기업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고 부족한 건축자재를 중국에서 신속하게 조달해 왔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 돈주가 실제 주인이고 무늬만 국영기업인 ‘붉은 모자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성장과 더불어 돈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최근 평양 아파트값이 폭락했다. 반 토막이 났다. 새 아파트가 많이 공급됐으며, 지나친 투기로 과열된 시장이 정상화된 것이란 측면도 없지 않지만, 주원인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로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석탄 생산량이 급감했으며, 의류와 수산물 위탁 가공업체가 줄도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돈주는 공급망 유지를 위해 외상 공급을 감수하고 있었다. 미·북 회담으로 대북 제재가 어느 정도는 풀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환율과 물가가 폭등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돈주의 입장은 이중적이다. 자칫 외국 혹은 한국 자본이 대거 들어오면 상대적으로 ‘푼돈’인 자신들의 자본력으론 배겨내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돈주 사업 대부분이 권력과 야합해 ‘경제외적 요소’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기에 현 체제가 유리한 점도 있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악화해 주민들이 동요하면 김정은 정권이 돈 많은 돈주 및 이들과 결탁한 당 간부들을 숙청하는 방식으로 체제 안정을 꾀하려 들지 모른다는 점도 걱정이다.

평양 거리는 외양적으론 화려해졌다. ‘고난의 행군’ 시절의 대량 아사 사태도 사라졌다. 문제는 장마당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돈주다. 소련도 암시장이 반(反)체제로 기울면서 붕괴했다. 암시장이 등을 돌린 것은 석유 수출로 생필품을 수입해 유지되던 1970년대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절의 상대적 안정’이 1980년대 유가 하락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과도기’라고 한 옛 소련 경제학자의 풍자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