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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08일(金)
“김정은 답방을 ‘평화의 사도’ 오듯 여기는 환상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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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이 지난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교수회관 내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가던 도중 잠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박선영 탈북민 지원단체 ‘물망초’ 이사장

‘잘사는 형이 동생 도와야’ 式
對北감성접근 통하는 게 현실
김정은, 명백한 ICC처벌 대상

北에 국군포로 200명쯤 생존
金, 反인도 범죄 용서 구하고
서울 오려면 이분들 모셔와야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은 MBC 기자, 서울대·이화여대·가톨릭대 교수,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언론인, 교육자, 정치인을 두루 경험했고 현재도 대학에서 헌법학을 강의하지만, 일반인에겐 국군포로 송환 및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는 사회운동가·사회사업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 제18대 국회 때 이회창 대표의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4년간 의정활동을 마친 뒤인 2012년 5월 말부터 물망초를 만들어 탈북자 지원활동을 본격적으로 해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것까지 계산하면 12년차 베테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2월 28일)된 나흘 뒤인 지난 4일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교수회관(만해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얼마 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됐고, 그 전엔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에 답방할 경우 국회 연설을 하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다. 이사장님 개인이나 단체에서 이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나.

“미·북 회담에 대해선 입장을 밝힌 게 없고, 김정은 답방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국민청원도 했고 1인 시위도 했으며 성명서도 냈다. 그가 내려오면 체포해야 한다고.”

―김정은이 한국에 오면 안 된다는 것인가.

“김정은은 국제형사재판소(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관할 범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내법으로 있다.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모두 걸린다. 전쟁범죄는 국군포로 관련 계속범이다. 반인도적 범죄는 정치범수용소나 고문이나 강제처형 등 다 걸린다. 우리 영토에 들어오는 순간 체포해서 우리 사법부의 심사를 받게 하라, 그런 내용이었다.”

―반인도적 범죄는 강제수용소 운영하고 고문, 처형하는 걸 지칭하는 것 같은데, 이제 35살인 김정은이 전쟁범죄에 걸린다는 건 뭔가.

“6·25전쟁 국군포로가 탄광 지역에 지금도 생존해 있다. 아오지탄광은 아주 넓은 개념으로, 함경북도 온성·회령에 탄광 지역이 몰려 있는데 그걸 아우르는 개념이다. 거기에 생존해 있다. 정확하지 않지만 200분 정도 생존한 것으로 알고 있고 몇 년 전에도 한 분이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강제북송됐다. ICC 관할 범죄 처벌법이 현행법이니 의법조처하라는 내용이다.”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답방해야 할 텐데, 이사장님처럼 접근하면 남북 협상을 못 하는 거 아닌가.

“최소한 ICC 관할 법을 비껴가려면 국군포로 어르신들 모시고 내려오라는 것이다. 6·25 때 납북되신 분들은 10만 명 정도 되는데 그분들이 대체로 99% 돌아가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군포로는 19∼20세에 포로가 됐으면 생존확률이 높지만 납북된 분들은 그 당시 한국에서 교수, 판사, 변호사,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인 이런 분들이라 이미 납북 당시 30∼40대 이상이라 다들 돌아가셨을 것이다. 김정은이 한국에 오겠다면 국군포로 어르신들 모시고 내려오고, 전시 납북자들 생사와 그 후손들이 어떻게 됐는지 정보를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앞으로 안 하겠다. 국제규범이 규정하는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사과와 선언을 해 주면, 변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받게 되고, 그 정도라면 답방하는 것을 용인해줄 수 있지만, 그런 게 전혀 없는데도 김정은을 마치 평화의 사도가 오는 듯이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현재 효력을 갖는 국제법과 국내법이 있는데 사전 조치 없이 내려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우리 정부가 북한에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고,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주면 청와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데 1만 명 정도밖에 안 돼서 무산됐다. 안타깝다. 전쟁범죄나 반인도적 범죄가 국내법으로도 범죄가 된다는 것을 국민 대부분이 모르고, 김정은이 내려오는 행위만으로도 평화에 다가가는 것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한의 ‘김정은 바람’은 이런 데서 오는 게 아닐까. 북한에 대한 공포가 있는데, ‘불바다로 만든다’ ‘핵 단추를 누른다’ 하다가 갑자기 착한 척을 하니 마음이 놓이고, 안도하는 것 아닐까.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북한과 관련한 문제를 오래 다뤄 오면서 느낀 것은 우리 국민이 과거에 대한 인식, 기억 이런 것을 빨리 잊는 것 같다. 기억이 남아 있다 해도 그것을 법적 사고를 통해 하는 훈련은 안 돼 있는 것 같다. 법은 소용이 없고, 정치적으로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정상들이 뭘 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법치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이 안 돼서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는 기억이 희미해졌고, 기억이 있는 분들조차도 ‘앞으로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등은 잘못하지만, 대북정책은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감성적이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다. 양면성이 있는데, 정이 많다는 것은 이성이 부족하고 객관성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 점이 대북 문제에서 극대화된다고 본다. ‘우리 민족끼리’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민족자결주의, 우리가 남이가, 잘 사는 형이 못 사는 동생 도와주면 되지, 그런 감성적 접근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강한 것이 대북 파트다. 우리 국민이 거대담론만 좋아하지 ‘어떻게 할 건데’ ‘무엇을 위한 건데’라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취약하고, 각론을 지루해한다. 그리고 각론을 따지면 골치 아픈 사람, 인간성 없는 사람이 된다. ‘우리 민족끼리 도와야지’라고 하는데, 어떻게 도울 것인지, 북한 주민을 도울 것인지 북한 정권을 도울 것인지, 그것이 가져올 파급효과 같은 것은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와야지 하고 누가 선동하면 ‘어떻게, 무엇을 도울 건데’ 하는 디테일(detail)에 대해서는 ‘묻지 마’,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세부적인 내용을 잘 따지는 것이다.”

현안 질문은 이쯤에서 접고, 박선영 이사장의 ‘본업’인 국군포로 송환 및 탈북자 지원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물망초는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만든 건가.

“그렇다. 2012년 5월에 임기를 마치고 5월 말에 만들었다. 현직 의원 때 그것을 하게 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쪽 후원금으로는 아무리 재정을 투명하게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 더 그렇다.”

―물망초 같은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했나.

“사실 오래됐다. 국회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토대가 안 돼 있었고, 법인을 만들려면 인적 구성도 있어야 하지만 물적 구성도 있어야 하는데 여력이 모자랐다. 그래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아 저 사람은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지’ 하는 인식이 생기면서 인적인 토대가 갖춰졌다고 할까. 재선 의원으로 국회에 계속 있으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는 국민운동으로 가져가는 게 훨씬 길게, 그리고 실효성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뭔가.

“국군포로나 탈북자, 사할린 동포들은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나라가 도움을 주고 보호해야 할 대상들인데, 우리가 잘 먹고 잘살고 국제적 위상이 많이 올라가 다른 상황이 됐는데도 기억하려 하지 않고, 기억이 있어도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하기 싫어 하고, 어떤 법적 문제를 갖는지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다. 국군포로 문제는 국방부 장관, 탈북자 문제는 통일부 장관에게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용이 없더라. 누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는데, 딱 그 모양이더라. A 장관에게 국군포로나 탈북자 얘기를 해서 ‘알겠다, 예산도 쓰고 정책도 보완하겠다’고 하지만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는 데 2년이 필요하다. 장관이 취임하고 6개월은 그냥 갈뿐더러 예산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2년 후에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데 장관들이 1년이면 대체로, 길어도 16개월 17개월이면 갈린다. 장관이 새로 와서 국군포로,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인식을 하는 것 같아 ‘이 사람은 조금은 바꿔주겠구나’ 하고 기대하는 순간 장관이 바뀐다. 그래서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해 봤는데, 내심으론 동조하는 의원이 많아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생각은 안 한다. 표가 안 되니까 에너지 쏟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때 깨달은 것이 ‘밖에 나가서 일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남들이 보기는 바보 같겠지만 그게 더 지속가능성 있고, 강하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이 4일 동국대 교수회관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국군포로 및 탈북자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물망초를 만들기로 결심하기 전에 탈북자나 국군포로를 돕겠다는 생각은 언제 한 건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다. 유신 시대 말기인 1977년에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도 탈북자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월남자라고 했는데 90%가 군인이고 7∼8%가 민간인, 나머지 2∼3%는 공비로 내려와 잡힌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당국자한테) 얘기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만나게 해줬다. 기사 쓰는 건 안 된다는 걸 전제로 했지만, 만나는 것이나 묻는 것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다른 기자들은 관심도 안 가졌지만, 관심 갖는 저를 이상하게 보거나 제한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내가 모르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나라, 사회,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때 다 봤던 것 같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다. 국군포로 문제는 그 이전에 탈북해온 분을 만나게 됐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서 같이 있었던 국군포로에 대한 얘기를 남산에서, 지금의 국가정보원인, 중앙정보부에서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주의 깊게 듣지 않더라’고 하더라. 그분이 함께 일했던 국군포로의 이름과 고향을 알려주면서 ‘이 사람의 부모에게 당신 아들이 북한에서 잘 있다고 전해 달라’며 울면서 얘기하더라. 같이 일을 했는데 함께 땅굴을 팠다고 그랬다. 북한이 인구가 원래 적은 데다 6·25전쟁 때 젊은이가 많이 죽었다. 그래서 국군포로 중에 건강하고 부상당하지 않은 사람을 인민군처럼 만들어 땅굴을 파게 했단다. 5명이 한 조인데 반드시 한 사람을 국군포로로 넣었다더라. 땅굴을 팠던 그 탈북자가 같이 일했던 국군포로의 이름과 그의 어머니·아버지 성함을 주면서 중정에 얘기했는데도 듣지도 않고, 외려 ‘그런 말 말라’고 협박을 했다더라. 그 탈북자는 나한테 ‘그 사람의 부모가 얼마나 가슴 아프게 기다리고 있겠나. 그의 안부를 전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국군포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물망초의 1년 예산은 얼마나 되나.

“10억여 원쯤 든다. 한 달에 1억 원 정도다. 대부분 후원금으로 충당하는데,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한 달에 10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한 달에 2000만 원 적자를 낸다. 부족한 돈은 여기저기 사업을 공모해서 충당하고, 재미교포들이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정권에서는 학교, 물망초학교 보딩 스쿨(boarding school·기숙학교)을 정리했는데도, 계속 적자다. 우리는 보딩 스쿨이어서 선생님들이 먹고 자는 것까지 근무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학교를 작년 2월에 접었다.”

―물망초학교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경기 여주 산속에 있던 물망초학교는 월급을 받는 교사가 4명, 수업은 자원봉사로 하면서 숙식하는 분이 2명이 있었고, 나머지는 순수 자원봉사한 분들인데, 전부 다 하면 스무 명이 넘는다. 학생도 스무 명 정도로 일대일 강의를 했다. 북한은 교육이 무너져서 ‘일중’(제1고등중학교·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성격)에서 온 학생은 굉장히 우수한데도 학력단절이 생긴다. 고2 때 왔다고 해서 고2로 볼 수 없다. 평양 일중 출신 중에는 뛰어난 애들도 있었지만, 일반인은 21살에 왔는데도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있다. 나이와 학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글을 모른다고 7살과 21살을 같이 가르칠 수는 없다. 티칭 메소드(teaching method)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대일로 가르쳐야 하고, 수학이 미분 적분 다 다르듯 선생님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이 아니라 국어도 몇 사람, 수학도 몇 사람, 화학, 물리 다 필요하다. 애들이 20명이면 선생님도 20명이어야 돌아가면서 시간표를 짜서 아이의 하루를 가르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매우 고비용이다. 한 달에 4000만 원 정도 들었다.”

―물망초학교 이외에 다른 하는 일은 뭐가 있나.

“우리가 최근에 문을 닫은 게 물망초학교와 물망초치과다. 치과는 물망초학교 안에 있었는데, 탈북학생과 탈북자 학부모들은 치과 치료가 많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산 때문에 그 두 개가 문을 닫았다. 물망초학교는 대학 가기 원하는 아이들 받아서 보딩 스쿨로 했던 거고, 대학과 관계없이 자유민주사회에서 사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학교가 물망초열린학교다. 한국의 법, 경제, 사회, 역사, 문화를 가르친다. 그리고 물망초프리칼리지라는 게 있다. 아이들이 대학 가기는 특례입학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보다 비교적 쉬운데, 일단 들어가는 건 쉬워도 학점을 못 딴다. 그래서 프리(pre), 대학에 들어가서 학점을 따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해교육을 주로 한다. 그리고 꽃망울사업이 있다. 국내 꽃망울은 장학금을 주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다 어렵지만, 탈북 학생들은 먹고 잘 데도 없고 용돈 받을 데가 없다 보니 더 힘든 아르바이트를 더 오래 하니까 악순환이다. ‘올나이트’하는 편의점, 당구장, 게임방 등 험하고 긴 알바를 하니까 학교 와서는 졸게 되고, 수업 못 따라가고, 휴학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우리가 한 달에 50만 원, 40만 원 두 가지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그게 국내 꽃망울이다. 해외 꽃망울은 방학 때 영어연수를 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탈북자들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물망초합창단과 물망초댄스팀이 있다. 이외 물망초인권연구소가 있는데 매월 두 번째 금요일에 인권 세미나를 한다. 벌써 80회를 했다. 8일엔 신학기여서 대학교 1∼2학년, 최근 3년 안에 온 아이들이 왜 한국에 왔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한다. 최근 탈북엔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50∼60대가 많았고, 배고파서 온 사람이 80∼90%였는데, 지금 탈북하는 사람들은 10∼20대로 연령대가 확 낮아졌고, 거의 100%가 꿈을 찾아서 온다. 60% 정도는 부모가 ‘공화국엔 희망이 없다’고 등을 떠밀어서 오고, 나머지는 한국 드라마나 대북 전단을 통해서 얻은 꿈을 갖고 온 애들이다. 끝으로 도서출판 물망초가 있다. 탈북자와 국군포로를 소재로 책을 냈는데, ‘못 찾겠다 꾀꼬리’ ‘깨어나라 대한민국’ 같은 대한민국 정체성이나 탈북자에 관한 것이다. 영어로도 펴낸다. 10권 넘게 책이 나왔다.”

―북한에 살아계신 국군포로가 200분 정도 된다는데, 탈북한 포로는 몇 분 정도 되나.

“1994년 조창호 소위(후에 중위로 승진) 이후로 80분이 나오셨으니 정확히 81분이 탈북하셨다. 그중 현재까지 생존해 계신 분이 27분이다. 이 숫자가 일본군 위안부와 비슷하게 간다. 연령대가 비슷하시니까.”

―탈북자는 몇 명 정도 한국에 들어왔나.

“현재까지 3만4000명 정도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인권포럼으로부터 ‘올해의 인권상’을 수상했고, 이틀 뒤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진영 시국대토론회’에 참여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역설한 바 있다. 보수진영 토론회나 집회에도 열심히 참석하는 박 이사장에게 끝으로 ‘자유민주주의’에 관해 물어봤다.

―2018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11개 보수단체의 시국 토론회에서 이사장님이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했는데, 어떤 점에서 위기라고 보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는 아직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본다. 위기라고 하면 그런 사회였는데 위태로워진 것이고, 내가 보기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시작한 지는 74년이 넘었지만, 정부 수립은 1948년이지만 1945년 미군정이 시작되며 영장제도 등이 들여온 게 자유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즉 1945년부터 자유민주주의의 씨앗은 뿌려졌지만, 우리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는 그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체화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과장되게 말하면 ‘선천성 자유 결핍증’에 집단적으로 걸려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개인주의인데 우리는 개인주의 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유와 방임을 잘 구별하지 않고, 개인주의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이 독립해 원룸 살고 부모와 주거를 달리하지만 개인주의 사상은 들어 있지 않다.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게 개인주의다. 우리는 개인주의 사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체화되지 않았으니까 본래 의미의 자유를 구가하지 못한다. 쌀농사 짓는 사람들이 보통 그런데, 우리가 동남아보다 더한 것은 유교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보다 더한 것은 반도국가의 특성상 여기로 와서 농축돼버린 때문이다. 중국보다 훨씬 유교가 우리 생활을 옥죄는 것은 터미널 이론(terminal theory)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치상 반도국가다. 똑같이 한자를 쓰는 3국이어도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 같은 유교가 없다. 집단·단체적인 것, 내 의사보다 주변의 의사를 따라가는 것, 목소리 큰 사람·강자에게 붙는 현상, 우리는 그걸 ‘대동’이라고 해서 좋게 포장한다. 이승만 정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자유주의가 체화되지 않았다.”

인터뷰 = 김세동 사회부 부장 sdgim@munhwa.com
e-mail 김세동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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