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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08일(金)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 돌파… 체감소득과 ‘큰 괴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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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1만→2006년 2만달러
12년만에 세계7번째 ‘30-50 클럽’

원화 강세 영향에 가계소득 비중 낮아

‘가계+기업+정부’국내외소득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GNI’
생활수준 보여주는 지표 활용

‘클럽’엔 美·獨·英·日·佛·伊뿐
모든 국가들 GNI 비교땐 38위
GDP 규모는 세계 11~12위권

국가별 GNI 중 가계소득 비중
美79%·獨73%·日64%·韓56%
韓증가율은 2.9%…환란後 최저

환율변동에 큰 영향…착시효과
원화 약세·경기침체 지속될땐
다시 2만달러대로 후퇴 가능성


2018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지난해 1인당 GNI가 3만1349달러로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어났다고 밝혔다. 달러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돌파한 것과 실제 국민이 느끼는 생활 수준과 동떨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인당 GNI의 3만 달러 돌파 의미를 찾아보고 왜 이 같은 체감 경제와의 괴리가 발생하는지 등을 점검해 본다.

1. 1인당GNI 3만달러 의미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GNI가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으로 주요 7개국(G7) 구성원들이다. 우리나라가 여기에 포함됐다는 것은 세계 11~12위권인 국내총생산(GDP)·교역규모라는 양적 기준뿐 아니라 경제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GNI의 근간을 이루는 명목 GDP의 지난해 증가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1.1%) 이후 최저인 3%에 그쳤다. GNI도 2.9% 늘었는데 역시 1998년(-1.9%) 이후 최저치였다. 실질 GNI 증가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0.1%) 이후 가장 낮은 1% 증가에 그쳤다.

2. GNI, 어떻게 계산하나

보통 한 나라의 국민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하는 1인당 GNI는 국민이 1년 동안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구체적으로 ‘(명목 GDP+국외순수취요소소득)×환율÷인구’의 공식으로 정해진다. 여기에는 가계 소득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소득도 함께 포함돼 있다. 보통 1인당 GNI는 달러로 계산하는 만큼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달러당 1130원에서 1101원으로 원화 강세를 보였다. 즉,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NI는 원화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3. GDP·GNP와 차이점

GNI는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이다. 반면, GNP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 총액이다. GDP는 1년 동안 한 나라 영토 안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 총액이다. 즉, GNP와 GDP는 부가가치를 국적 기준으로 집계하느냐, 영토 기준으로 집계하느냐의 차이다. 국가 간에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적었던 시절에는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둘 가운데 GDP가 그 나라의 경제활동을 더 잘 반영하는 지표로 채택됐다. GNP나 GDP는 국가의 경제력을 나타내지만 국민의 생활수준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국민 생활수준을 파악하려면 총량 지표보다 1인당 지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애초 1인당 GNP를 사용했으나 나중에 1인당 GNI로 바꾸게 됐다.

4. 한국 GNI 순위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를 뜻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여기에 포함된 국가는 미국 등 6개국뿐이라고 할 정도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 클럽은 세계은행이나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나 기관으로부터 공인되거나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의미를 두는 이유는 인구 수가 적은 나라들까지 포함해 순위를 매기면 ‘통계적 착시 현상’이 발생해 경제 발전 정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인당 GNI를 따져보면 2017년 유엔 발표 기준으로 한국은 38위에 불과하다. 몰타(46만 명), 아이슬란드(34만 명) 등 인구가 극소수인 국가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5. 3만 달러 달성,얼마 걸렸나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1960년대 산업화 기틀을 닦은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했고 1994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돼 12년 만인 2006년에 2만 달러를 넘었고 다시 12년이 지나 3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이는 일본·독일(5년), 미국(9년), 영국(11년)에 비해선 늦은 속도다. 중간에 부침도 있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1만 달러 고지에 올랐지만, OECD 가입 목표 달성을 위한 원화 강세 정책을 고수하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1996년 1만3077달러였던 1인당 GNI는 1998년 7989달러로 추락했고 5년 후인 2003년(1만4151달러)이 돼서야 제 궤도로 올라섰다.

2만 달러 달성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 달러대에 안착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1만8256달러로 뒷걸음질했다.

6. 생활경제 어떻게 변했나

1인당 GNI 2만 달러 돌파 이후 지난해 3만 달러를 돌파하는 12년 사이 부동산, 물가 등 생활 소비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부동산 가격은 30%가량 상승했다. 부동산 매매지수는 2007년 1월 77.9에서 2018년 12월 101.1로 29.8% 올랐고 이 중 아파트는 76.3에서 99.0으로 30.8% 올랐다. 전국 생활물가지수는 2007년 83.68에서 2018년 104.77로 25.2% 상승했다. 전·월세는 28.6% 상승했으며 총 소비자물가지수는 27.0% 올랐다.

가계에서 고등학생 자녀 한 명당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2007년 19만7000원에서 2017년 28만4000원으로 44% 올랐다. 자동차 판매는 42.5% 상승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특히 수입차 판매는 530.2%나 증가했다.

7. 체감 소득과 괴리, 왜?

국민소득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서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

GNI 통계에 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포함되는데 가계의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점도 ‘체감 소득’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56%다. 미국이 79%, 독일이 73%, 일본이 64% 수준인 데 비하면 낮은 편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면 가계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고, 가계소득이 줄어들더라도 기업과 정부 소득이 늘어날 경우 1인당 GNI가 증가하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또 그동안 GNI는 3만 달러 문턱에서 오래 정체돼 있다가 이번에 오른 것이고 경제 성장률도 낮았다. 실질 GDP 상승률은 지난해 2.7%,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명목 GDP 상승률은 3%로 20년 만에 최저였다.

8. 4만 달러 달성은 언제

성장률이 현재의 추세대로 매년 2% 중반대를 유지한다면 10년 안에 1인당 GNI 4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성장률이 계속 유지된다는 낙관적인 가정 하에 가능한 것이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은 2.6%로 전망치를 낮춰 잡았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한다면 3만 달러대에서 다시 2만 달러대로 오히려 후퇴할 위험이 있다. 일본과 프랑스, 영국은 통화 가치 상승으로 3만 달러 돌파 이후 2~3년 만에 4만 달러에 진입했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다시 3만 달러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9. 지속성장 낙관할수 있나

전문가들은 양극화, 고용 부진,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 ‘언저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장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어서다. 한 전문가는 “본격적인 선진국이 되려면 3만 달러대를 빠르게 돌파하고 성장세가 더욱 확대돼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은 선진국 주변에 머물러 있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산술적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이 유지되면 1인당 GNI 4만 달러까지는 3만 달러 돌파보다 짧은 10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 성장세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는 해도 가계, 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양극화 확대, 일자리 부진 때문에 서민, 저소득층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해서다. 주관적인 만족도, 직업 관련 스트레스 등의 문제 때문에 삶의 질도 낮은 편이다. 유엔의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7위에 그친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격차를 알아보는 ‘행복불평등도’는 157개국 중 96위였다.

10. 북한의 현재 수준은

분단 이후 초기에는 오히려 남한보다 경제력이 높았던 북한은 분단 60년이 넘은 지금 국제 사회에서 손꼽히는 빈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1인당 GNI는 원화 기준으로 146만 원으로 남한의 약 24분의 1 수준이다.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절반 정도로, 전체 GNI는 36조6310억 원이며 이는 1781조1000억 원인 남한의 약 49분의 1이다.

김만용·박세영·황혜진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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