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채용비리 근절이 일자리 정책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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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인재를 기르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미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고, 기른 인재를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것은 조직과 국가 공동체 경쟁력의 원천이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인적자본 이론은 노동과 자본만을 고려한 기존의 경제성장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수한 인적자본을 경제성장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는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 특히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채용 비리는 개인적·사회적·국가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성장동력인 인적자본의 성장·발전을 저해한다. 우선, 개인적 측면에서 채용 비리는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구직자의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게 한다. 또한, 실력과 역량에 기반한 공정한 경쟁이 아닌 청탁과 연고 등에 의한 부정한 채용은 사회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실망을 야기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인재 육성을 위해 투입한 교육 등 공공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나아가 채용 비리는 구직자들을 실력 향상보다는 인맥 찾기 등 부정한 방법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인적 자원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을 저해해 그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다.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단순한 관행이나 업무 부주의 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물며 공공기관의 채용 과정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엄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82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된 이번 공공기관 채용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뿌리 깊은 채용 비리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채용 비리의 원인을 한두 가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다. 취약한 인사·채용 제도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연고주의 문화, 그리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이한 인식 등이 중첩돼서 발생하는 문제다. 따라서 채용 비리라는 고질적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최근 정부는 우선적으로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 크게 4가지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채용 비리 연루자에 대한 봐주기 관행 근절을 위해 채용 비리 공통 징계 양정 기준을 마련하고, 징계 감경을 제한하는 등 기관의 재량을 줄이고 더 엄중한 제재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공공기관의 채용 실태에 관한 전수조사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채용 비리가 반복되거나 후속 조치가 미흡한 취약 기관은 특별조사를 하는 등 내부와 외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셋째, 기관장의 재량이 지나치게 많은 특별채용 규정 등을 일괄 정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워크넷을 통해 전 공공기관의 채용 정보를 공개하는 등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끝으로, 채용절차법과 청탁금지법 개정을 통한 민간에 대한 부당 채용 강요나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및 친인척 채용 관련 현황의 기관 홈페이지 공개 등 친인척 특혜 채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정부가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대표적인 생활 적폐다. 정부는 채용 비리와 같은 특혜와 반칙을 없애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 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번 정부 임기 내내 멈추지 않을 것이다. 특히,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차질 없이 신속하게 진행해 피해자들이 다시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성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