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타협 빌미로 카풀에 규제 덤터기, 미래산업 싹 죽인다

카풀 문제를 해결한다며 정부·여당·택시·카카오가 함께 꾸린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7일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합의안을 내놨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협의 기구라면 카풀 규제는 풀어주되, 택시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로 균형을 맞추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출범 45일 만의 결론은 규제를 덧붙여 카풀의 발을 더 묶은 역주행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카풀 영업을 허용해왔다. 우버·디디추싱·그랩 등 글로벌 차량공유 기업은 규제 없는 환경에서 급성장하면서 모빌리티산업에서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시간 등 운행 제한을 푸는 게 시급한데, 합의안은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출퇴근 시간을 명시해 카풀 업체 운신의 폭을 더 줄였다. 시간 제약 없는 하루 2회라는 정부·여당의 중재안은 택시 업계 주장에 밀렸다. 업계 1위 풀러스와 후발 스타트업들이 횟수 제한을 전제로 24시간 서비스를 준비해왔으나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할 처지다. 근무 형태가 천차만별인 세상에 출퇴근 시간을 특정한다는 것부터가 시대착오다. 차량공유 업체는 많은 운행시간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경쟁력을 키운다. ‘평일 4시간’ 족쇄를 차고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이나 되겠는가. 이재웅 쏘카 대표는 “앞으로 의미 있는 유상 카풀 업체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이 한창인데 한국에서만 미래산업의 싹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에서 승차난이 극심한 밤 9시∼새벽 2시의 심야시간에 카풀 운행이 금지되면서 소비자 편익도 나아진 게 없다. 혁신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합의다.

카풀을 논의하는 자리에 사납금·월급제 등 택시업계 민원이 등장한 것도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택시월급제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선 안 된다. 혁신성장을 내세운 정부·여당이 기존 산업에 끌려다니며 방어막 노릇을 하는 건 표리부동이다. 이런 식이면 모빌리티산업을 키울 골든타임만 허비하고, 국내 공유경제 시장을 외국 선점 기업들에 속수무책으로 내주게 된다. 혁신은 이해당사자 담합으로 이뤄낼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허용 후규제’ 방침에도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