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동형 비례’보다 결선투표가 한국 실정에 부합한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10일 여당 및 일부 야당과는 상반된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선거제 개혁 필요성이 있고, 더 늦춰선 안 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되,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석패율 도입 등을 주장한다. 소수 야당인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은 330석으로의 증원은 포기하고 민주당 안을 수용키로 했지만, 독일식 배분 등은 계속 요구한다. 반면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의원 정수도 270석으로 줄이자는 입장이다. 우선, 의원 증원은 헌법에도 민의(民意)에도 배치된다는 기본을 저버려선 안 된다. ‘200인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은 299인까지로 보는 게 정상이다. 일부 야당의 330석 증원에다 독일식 배분까지 하게 되면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국민 입장에서 용인할 수 없다.

모든 선거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한국 정치 현실에 비춰 타당한지 여부를 봐야 한다.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한국과 독일 정치 문화의 근원적 차이 때문에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연동형의 장점은 정당 지지가 국회 의석에 반영되는 ‘비례성 강화’이다. 이 부분에도 논쟁이 있지만, 무엇보다 독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연방제이며 상향식 정치가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는 독일과 달리, 현재 한국 정치에선 계파 보스 영향력과 줄세우기 정치를 강화하고, 실력 있는 1류 전문가 충원보다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 등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개연성이 크다. 한편, 한국당이 제기한 비례대표 폐지도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연원은 5·16에 있고, 유정회·전국구 등 변천을 거쳤지만, 전문가 진입보단 보스 정치에 악용되는 측면이 갈수록 커져왔다.

지금보다 비례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결선투표제가 현실에 더 맞는다. 당선자는 50% 이상의 지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를 두 차례 실시하는 것이 단점인데, 한국민의 역량으론 그리 어렵지 않다. 프랑스 마크롱 정권을 보면 거대 정당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극단 세력의 등장을 억제함으로써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