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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푸드 플러스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3일(水)
도라지, 아삭아삭 식감 알싸한 맛 미세먼지 지친 목에 ‘藥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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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질을 벗긴 후 가늘게 쪼개고, 쓴맛도 빼낸 도라지. 도라지의 매력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쌉쌀한 끝 맛이다. 김선규 기자 ufokim@

사포닌 성분이 목 점막에 작용
가래 배출 돕고 기침 진정시켜

나물·무침·튀김 조리법 다채
소금물로 헹궈내야 쓴맛 줄어
즙·차·양갱·막걸리로도 인기

안 씻고 흙 묻은 채 보관할 땐
신문지 싸서 서늘한 곳에 둬야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고 키가 커서 눈에 잘 띄는 도라지는 더덕, 잔대와 함께 뿌리를 캐내 약초나 산나물로 많이 먹었던 자생식물이다. 한국, 중국, 일본에 자생하고 있어도 우리나라처럼 방방곡곡 어디서나 여러 음식으로 다양하게 이용하는 나라는 없다. 색깔이 화려하지 않은 재료지만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흰색 나물로, 붉은 고추장에 오이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도라지초무침으로, 파나 쇠고기 옆에 나란히 붙어 은은한 대비를 이루는 지짐누름적이나 화양적으로 맛과 멋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를 부린다.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건강하고 쌉쌀한 끝 맛은 도라지를 다시 찾게 만든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니 봄날 아지랑이를 볼 수 있었던 때가 더욱더 그리워진다. 도라지에는 약효가 인정되는 천연물인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다. 민간에서도 감기로 인한 기침, 가래, 폐질환에 약으로 썼다. 오늘날에는 한약재로 널리 쓰이며 진해 거담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생약 원료로도 이용한다. 미세 분말에 들어있는 유효성분 사포닌 배당체가 목 점막에 직접 작용해 약해진 목의 선모 운동을 활발하게 해 가래 배출을 쉽게 하고 기침을 진정시킨다.

산에서 캐던 도라지를 지금은 밭에서 키운다. 도라지 농사는 인건비 비중이 큰 농사다. 잎이 나온 다음 솎아주지 않으면 뿌리가 제대로 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서로 엮이고 달라붙는다. 솎아줄 때는 뿌리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남아 있는 뿌리에서 다시 잎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에서 나온 도라지는 초기 성장속도가 느려 잡초에 뒤덮이기 쉽다. 바랭이, 피, 쇠비름, 명아주 등 60종이 넘는 잡초가 달라붙는다.

도라지는 추위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역에서 기를 수 있다. 양지 바르고 물빠짐이 좋은 곳에서 키워야 뿌리가 잘 뻗을 수 있다. 도라지 뿌리를 보면 길쭉하다. 첫해에는 잡초뿐만 아니라 다른 도라지와 경쟁하며 물과 양분을 찾아 달리기하듯 뿌리를 아래로 곧게 뻗어 내린다. 토양에 수분이 많으면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아 길이가 짧아지고 잔뿌리가 많아진다. 두 번째 해에는 깊게 뻗어둔 뿌리의 몸집을 키운다. 이렇게 2∼3년을 키우면 우수한 품질의 식용 도라지로 출하하기에 적합한 크기가 된다.

도라지는 줄기와 잎이 모두 말라 없어진 가을부터 수확한다. 한겨울에는 저장해 둔 것을 판매한다. 겨우내 언 땅이 녹는 봄에도 수확한다. 그래서 매년 이맘 때면 쑥, 냉이 등의 산나물과 함께 햇 도라지도 맛볼 수 있다.

도라지는 보라색 꽃을 피운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백도라지라고 한다. 꽃이 겹쳐져 피는 것은 겹 도라지인데 일반 도라지의 변이종이다. 기본적인 특성은 같기 때문에 분류상으로는 모두 같은 품종으로 보면 된다.

‘장백도라지’는 재래종 도라지 가운데 우수한 특성을 갖춘 좋은 도라지를 선발하여 적응시험을 거친 다음 농촌진흥청에서 농가에 보급한 품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백색 꽃이 핀다. ‘으뜸도라지’ ‘으뜸백도라지’는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해 도라지 신품종으로 등록했다. 재래종보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우량품종이다. 수확량도 많을 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우수해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산나물과 약용작물로 함께 쓰이는 도라지의 주 생산지는 충북, 강원, 경북 순이다. 2017년 충북과 강원 두 지역이 전국 생산량의 50%를 넘어선다.


도라지 고르는 법을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을 통해 알아보았다. 약도라지는 약으로 쓰기 위해 4∼5년 이상 재배한 것을 말한다. 식용으로는 2∼3년 재배한 것을 쓴다. 흙이 묻어 있는 도라지는 마르지 않고 싱싱한 것을 고른다. 깐 도라지는 변색이 많지 않은 것을 고른다. 국산과 외국산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지만 외국산 도라지는 국산과 비교해 볼 때 잔뿌리가 없이 매끈하다. 외국산 깐 도라지는 활처럼 휘어져 있는 것이 많다. 흙이 묻은 도라지를 보관할 때는 물로 씻지 않고 그대로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면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냉장고에 넣을 때는 종이에 싸서 비닐봉지에 담아두면 된다.

도라지 다듬는 법을 알아보자. 잔뿌리를 다듬고 흙을 씻어낸 다음 껍질을 벗긴다. 도라지 껍질을 벗기는 일은 비교적 어렵지 않다. 굵은 뿌리껍질은 손이나 칼로 벗겨내고 가는 뿌리는 칼로 긁어내면 잘 벗겨진다. 도라지는 가늘게 쪼개고 쓴맛을 빼내어 요리한다. 먼저 잔뿌리를 떼어내고 껍질을 벗겨내면 쓴맛은 감소한다. 소금을 넣고 주물러주고 물로 헹구어낸 다음 물기를 짜내는 각각의 과정에서도 쓴맛이 줄어든다. 숨도 죽어 볶거나 무칠 때 양념이 잘 배게 된다. 살짝 데칠 때도 쓴맛은 적어진다.

아삭한 식감과 독특한 쓴맛이 특징인 도라지는 오래전부터 산채로 널리 이용했다. 도라지 요리법은 역사가 오랜 것이 많다. 나물, 무침, 튀김뿐만 아니라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제사상에 꼭 오르는 나물이었고, 꼬치에 꽂아 도라지 산적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잡채나 비빔밥에는 도라지가 들어가야 제격이다. 아삭한 식감에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해진다. 잡채에 도라지를 섞어서 요리하면 식감과 맛도 두 배가 된다. 도라지는 고추장과 잘 어우러진다. 옛날부터 고추장에 넣은 장아찌로도 먹었다. 더덕처럼 양념을 발라 구워 먹기도 하는데 도라지를 먼저 살짝 구운 다음 고추장 양념을 발라 다시 팬에 구우면 더 맛있어진다. 초무침에서도 쌉쌀한 맛이 양념과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단맛을 낸다. 달고 맛있고 먹고 나면 끝에 쌉쌀한 맛이 올라와 좋다.

도라지를 불고기와 함께 넣어 요리하면 쓴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사과와 배 같은 과일, 오이 같은 채소를 손질해 새콤달콤하게 초무침을 만들어 먹으면 쓴맛에 대한 부담 없이 도라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도라지를 꿀과 함께 먹거나 조청이나 설탕에 졸여 정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도라지 가공품도 다양하게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건도라지, 도라지청, 도라지즙뿐만 아니라 분말, 차, 양갱, 캔디, 식혜, 막걸리 등으로 나와 있다.

아름다운 도라지꽃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실감하기 마련이다. 깊은 산 속 바위틈에서 수십 년을 견디며 뿌리를 뻗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생명력이 놀랍다. 뿌리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 채 검고 거친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다. 매서운 추위에 견디며 얼지 않고 남았다가 따뜻한 봄날 다시 잎을 돋아나게 한다.

도라지는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보호할 가치가 높아 국외로 반출할 경우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 환경성은 개체 수가 줄고 있는 도라지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산과 들에서 잘 자라 흔한 식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야생 도라지는 아끼고 지켜야 할 가치가 높은 유전자원이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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