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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푸른 별에서 너와 나는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3일(水)
그는 한마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이다, 모두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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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규·구자명 부부 작가의 미니픽션 - (20) 무서운 놈 K

L은 K에게 짜장면을 댔다
P는 명실공히 ‘넘버 투’다
나 K는 싸움을 싫어하지만
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는다

L이 소유한 빌딩 옆에서
포장마차 하는 P를 만났다
C는 경찰 경비과장이 되고
나 K는 보험사 영업과장이다

“야, K! 누가 널 좋아하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냐 병신새끼”
L이 내게 매우 공격적이다
나보고 ‘병신새끼’라니…


K, 난 그가 무서웠다. 그가 곁눈으로 치어다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어쩌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면 일단 그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게 좋다. 그의 기분에 따라 느닷없이 주먹이며 발길질이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친구들은 그런 그를 모두 두려워했다. 그는 한마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이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절로 잔인해진 미친놈 같았다. 그를 중심으로 주먹깨나 쓰는 애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고 그것은 가장 두려운 조직이 됐다. 나 L은 그에게 짜장면을 대는 것으로 쉽게 신분보장이 이뤄졌다. 그는 배갈 한 병에 짜장 곱빼기를 꼭 두 그릇씩 먹었다.



K, 그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가 두렵다. 그 속을 드러내지 않기에 더욱 두렵게 만든다. 누군가 만일 그에게 반감이나 적의를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귀신같이 알고 그를 짓이겨 놓는다. 주먹과 발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돌이며 몽둥이 등을 닥치는 대로 들고 죽일 듯이 팬다. 상대가 누구라도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신임을 얻으려면 그가 패는 자를 함께 거들어 패야 한다. 때론 그보다도 더 잔악한 척해야 했다. 그러는 나를 보고 K는 만족한 듯 징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나 P는 명실공히 ‘넘버 투’이다.



K, 난 그가 무섭지만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는 작은 싸움은 모른 척했다. 마치 우리더러 알아서들 하라는 것 같았다. 큰 싸움엔 반드시 나타나 뒤를 지켜준다. 때로 상대 중 가장 험악해 보이는 자에게 부드럽게 다가가 어디를 어떻게 쳤는지 단번에 고꾸라뜨려 놓고 터덜터덜 걸어온다. 그쯤 되면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다. 상대는 이미 사기가 꺾였고 우리는 사기가 충천해 있기 때문이다. K가 보는 앞에서 우리는 더욱 용감해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P와 L도 K의 곁에서 싸움을 관망만 했다. 어떤 때는 P가 K보다도 더 명령조로 우리를 지휘했다. 머리도 좋고 싸움도 잘하는 K가 큰 뜻이 있어 그렇게 했나 보다. 나 C는 돌격대장이다. 실전 횟수는 P보다 내가 더 많다. 나는 ‘넘버 투’ 같은 ‘넘버 쓰리’이다.

나, K는 애들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싸움을 싫어하는 내게 그들은 공연히 불량을 떨며 사뭇 시비조이며 온갖 싸울 거리를 가지고 온다. 그런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도 그들은 내 낌새를 슬금슬금 살피며 접근한다. 그리고 나를 불안케 하며 내 주위를 맴돈다. 어릴 때부터 형제가 없어 많이 맞고 자란 나는 싸움이 무섭고 싫기만 하다. 만일 상대가 공격적으로 보이면 나는 그의 빈틈을 노려 먼저 공격한다. 그래야 내가 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는 적의를 품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패야 한다. 그것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안 것이었다. ‘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을 것!’ 이것이 내 안전수칙이다.



어느 날 K가 자칭 ‘넘버 투’인 P를 반병신이 되도록 두들겨 팼다. 정식으로 그 둘이 대결을 한 것이 아니라 지난번 다른 구역 애들하고의 패싸움에서 P가 자신의 무용담을 거창하게 늘어놓자 묵묵히 듣고 있던 K가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로 갑자기 P를 패기 시작한 것이다. 졸지에 봉변을 당한 P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도망갔고 얼마 후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그때 K의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 그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를 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K는 P가 도망가자 ‘병신새끼’라고 딱 한마디를 하고는 L만을 데리고 중국집으로 갔다. 멋있었다. K는 진정한 보스이다. 그 사건으로 K도 자퇴 후 전학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 C가 ‘넘버 원’이 되었다. K처럼 멋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 P는 그때 K가 왜 그렇게 화를 내며 나를 심하게 때렸는지 지금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내 뒤에 언제나 늠름하게 서 있는 그를 믿고 나는 용감할 수 있었고 살면서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보좌하겠다는 나의 맹세도 그는 들었지 않았는가? 그날 이후로 난 누구도 믿질 않았다. 그러나 때때로 문득 그가 빙긋이 웃어주던 웃음이 그립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마치 내 맘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기적같이 내가 하는 포장마차엘 찾아왔다. 물론 우연히 그의 직장 동료와 들른 것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 마구 눈물이 났다. 그런 내게 묵직한 표정으로 ‘짜식’ 하며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역시 그는 보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값을 안 받겠다는데도 거스름돈을 마다하며 그는 가버렸다.

그날 2차로 들른 곳이 P가 하는 포장마차라니 참 세상 좁다. 바로 내 직장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이다. 그런데도 내 직장 근처로 옮겨 장사를 하겠다고? 할 만한 곳이 없다니까 그러면 아예 내 집 근처에 와서 하겠다고? 그런데 그 녀석이 왜 그렇게 엉겨 붙는 것이지? 혹시 옛날의 원한 때문인가? 이리로 오면 내 아내와 딸아이도 보게 될 테고, 그러다가?… 이거 아무튼 골치 아프게 됐다. 공연히 명함은 줘서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대니, 참… 그때의 일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돈을 좀 주면 될까? 어? 또 전화가 울리네? 아마도 그 녀석일 것이다.



“야, 인마, P, 너 왜 그렇게 매일 전화질이냐? 계집애같이. 제발 일 좀 하자, 인마!”

“…….”

“야, K! 누군가 널 좋아한다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냐? 병신새끼!”



너무 놀라서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뜻밖에 L의 전화였다. 포장마차는 L이 소유한 빌딩 옆 빈터에서 건물관리, 주차관리도 하고 밤에 포장마차까지 하라며 L이 P에게 해준 것이라고 했다. P에게서 내 소식을 다 들었다고도 했다. 내가 자기를 피하는 것 같다며 몹시 슬퍼하며 술을 많이 마신 P가 집에 가다가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했다.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P는 어린애들이 넷이나 된다고 했다. 경찰서 경비과장이 된 C도 온다고 했다. 나도 보험회사 영업과장이니 C와 나는 같은 과장이다. 그런데 이젠 P도 C도 문제가 아니다. L이 내게 매우 공격적이다. 나보고 ‘병신새끼’라니….

글·그림 = 김의규

한국미니픽션 작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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