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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3일(水)
한국이 北에 ‘핵 폐기’ 설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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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同床三夢 예측 안타깝게도 적중
한국 정부가 北에 잘못된 신호
마이동풍 외교 탈피 현실 봐야


베트남 하노이 회담을 보면서 ‘미국에서 본 한반도’에 쓴 필자의 첫 칼럼이 떠올랐다. 지난해 6월 12일의 첫 미·북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미·북 간 정치적인 동상이몽이 자칫 남·북·미 ‘동상삼몽’으로 또 나뉜다면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는데, 불행히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북한은 제재 완화, 한국은 남북 경협이라는 다른 꿈을 갖고 협상에 임해 왔음이 명백해진 것은 물론,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커졌다.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따르는 제재 해제 등의 상응 조치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언젠가는 한 번 정면충돌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서로의 패를 분명히 한 것은 길게 보면 오히려 잘된 것일 수도 있다. 단기적으론 다소 우여곡절과 ‘전술적 긴장’이 고조될지 몰라도 양측 모두 함부로 판을 깨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한국 외교는 당황과 혼란 상태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회담이 잘되면 남북경협 등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또 대통령 특보 등 핵심 관계자들은 영변 핵시설 해체를 약속하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할 것처럼 이야기했고, 회담 직전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이런 장밋빛 결과를 점치다 머쓱해진 것은 물론, 북한이 오판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출발 때부터 하노이에서 성과를 낼 듯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치적으로 몰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 성과에 목마른 것으로 판단했고, 문 정부의 언행을 보면서 영변 핵 폐기를 약속하면 ‘사실상의 전면 제재 해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을 수 있다.

하노이 회담 전 남북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등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문 정부가 오히려 북한을 헷갈리게 한 셈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북경협의 고삐를 풀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회담 후 한국의 역할에 대해 워싱턴 조야를 비롯해 미국 내에서 다소의 논란이 있었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냉소적 견해가 적지 않다.

그동안 미국, 한국, 북한 모두 겉으로는 비핵화를 외쳤지만, 결국은 ‘동상삼몽’에 불과했음이 확실해졌고, 문 정부 ‘중재론’의 허망함도 드러났다. 미국과 북한의 패가 분명해진 만큼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임기응변식의 어설픈 중재가 아니라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설득하고, 대신 체제 보장 등 북한이 불안해하는 부분에 대해선 미국, 중국과 만나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노이 회담으로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갔다. 미국이 뭘 원하는지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다시 비핵화의 ‘바’를 낮추기는 어렵다.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는 김 위원장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 대답은 비교적 간단하고 명확하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제재 해제, 남북경협, 미국·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이외엔 대안이 없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점을 간곡히 설득해야 한다.

외교 안보팀도 재정비해야 한다. 최근 인사에서 북핵 문제를 책임져야 할 안보실 2차장에 통상전문가를 임명했고, 주미대사로도 모자라 주중대사에도 경제·경영학자를 보냈다. 문 정부가 정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또 현 상황을 돌파할 능력이 있는지 안타깝다. 노무현 정부 초기 미국과 동맹에 대한 대통령의 거침없는 비판적 발언뿐 아니라, 외교 안보 요직을 차지한 자주파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간의 갈등으로 동맹이 삐걱거렸다. 미국에선 한국과 ‘이혼할 때’라는 주장까지 나오던 시기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한 노 대통령은 유능한 전문가를 중용했다.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외교장관에 임명하고, 송민순 당시 6자회담 대표를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다. 나아가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과 같은 까다로운 사안에 대해서도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렸다. 그로 인해 국내 지지율은 곤두박질쳤을지 몰라도 이명박 정부 이후 더욱 탄탄해진 한·미 관계는 남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린 노 대통령의 공이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그런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외교 정책을 보면 문 대통령이 이념과 원칙보다는 현실과 타협을 택했던 노 대통령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교는 상대가 있고, 그 상대와 냉혹한 현실에서 겨뤄야 한다. 북한에 올인하는 외골수 외교도 모자라 상대가 어떻든 내 길만 간다는 마이동풍 외교로는 험난한 국제정치를 헤쳐가기 어렵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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