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IMF도 경고한 노동경직성·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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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행히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규모까지 제시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및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한국미션단장은 투자와 세계 교역 감소 때문에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용 창출이 부진한 속에서 양극화와 불평등이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외부 기관조차 한국 경제를 걱정하니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대학가에는 4월과 6월이면 대부분 시험을 치른다. 이때가 되면 대학 도서관에는 밤늦게까지 시험 준비에 몰입하는 학생들이 매우 붐빈다. 필자가 가끔 애용하는 도서관 역시 이 무렵에는 사용할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시험 준비 때문에 좀처럼 도서관 자리를 비우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3월과 5월에는 도서관 앞에서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도, 잠시만 기다리면 차례가 쉽게 돌아오는 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역시 매우 유사한 특성이 있다. 정치인들은 한 번 입사한 직장에서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퇴직할 때까지 계속해서 다니는 것이 매력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돼 있으면, 기존 근로자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취직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상당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 대학에 도입되는 강사법의 기본 방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쪽이다. 강사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경제적 보상을 늘려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목표 아래 시간강사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화되면, 총액 예산이 제한적인 대학에서는 결국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일자리를 찾는 강사들은 일자리 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 역시 똑같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임금 인상에 비례해서 생산성이 늘어야 하고, 해당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기존 일자리가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돼서 고용이 줄지 않아야 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대안처럼 보일 것이다. 선거에서 사용자는 적고,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많다. 따라서 근로자의 관점에서는 이왕이면 지금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 2년간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되는 대다수 사업장이나 업종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드는 속에서 물가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노동시장이 경직되거나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노동시장과 최저임금 이슈가 일자리 악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사용자·근로자 모두의 진심 어린 양보가 필요하다. 눈앞의 일자리와 근로조건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3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진솔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