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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버닝썬’ 파장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4일(木)
외모만 가꿔준 기획사·시청률 만능 방송사…‘괴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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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락한 아이돌’ 왜

인성교육없이 10~20대 보내
룸살롱 등서 성적욕구 해소
일부 팬 ‘나체영상’ 보내기도
‘性윤리 불감’ 이너서클 형성

‘성공한 사업가’ ‘쿨한 오빠’
TV서 동경대상으로 그려져
황금폰·야동 등 문제발언은
방송-기획사 카르텔속 묵인


팬들의 사랑을 받던 젊은 연예인들은 왜 타락한 성윤리를 갖게 됐을까? 방송사는 왜 그런 연예인을 출연시키며 논란을 자초했을까? 연예계를 주름잡는 기획사들은 과연 그들의 행태를 몰랐을까?

가수 승리와 정준영 사건을 보며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소수 연예인의 단순 일탈로만 볼 순 없다.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는 복마전(伏魔殿)의 깊은 어둠이 드러난 탓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부터 시작해야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20대 아이돌, 인성교육 제대로 받나?= 최근 문화일보와 만난 한 중견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성 팬들이 남성 아이돌 가수들의 휴대전화로 자신의 나체나 성행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잦습니다. 처음에는 대단한 충격을 받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감각해지죠.” 적잖은 아이돌 가수들이 잘못된 성(性) 관념을 갖게 되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스캔들을 우려해 비(非) 연예인들과 쉽게 섞일 수 없는 아이돌들은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그릇된 성을 배우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여성을 만날 수 없는 연예인들은 어린 나이에 룸살롱으로 숨어듭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연예인 중 룸살롱에 자주 드나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도 있습니다”라며 “결국 비뚤어진 동료의식으로 서로의 잘못을 웃음으로 넘기며,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일부 아이돌의 행태가 이런 사건을 낳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혈기왕성하고 외적 매력이 넘쳐 주변에 이성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성적 욕구를 배출하지 못하는 가수들을 위해 각 기획사는 최근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비교적 소속 연예인들의 비위 행위가 적은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습생 시절부터 인성교육을 철저히 시키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어린 나이에 단기간에 엄청난 부와 인기를 쌓은 일부 연예인은 죄의식도 없이 배설하듯 불법적인 행위로 성적 일탈을 일삼는 셈이다.

▲  타락한 아이돌의 말로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일탈을 방조하고, 부추기는 TV = 몇몇 TV 예능은 승리와 정준영 등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포장했으며, 그들의 일탈을 부추기고 강화시킨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승리는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에서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선보이며 ‘승츠비’(승리+위대한 개츠비)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런 모습이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TV는 이를 ‘동경의 대상’으로 매만졌다. 정준영 역시 2016년 초 MBC ‘라디오스타’에서 소위 ‘황금폰’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상황으로 미뤄보아 그 황금폰에는 온갖 불법 동영상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승리는 지난해 3월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아는 형님’에 후배 그룹 아이콘과 함께 출연해 ‘야동’(야한 동영상)을 소재로 불편한 농담을 꺼냈다. 승리가 두고 간 외장하드에 야동이 담겼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떠들었고, 또 다른 출연자는 “그건 선물이지, 너희에게 주는”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준영은 2015년 촬영한 한 영상에서 “난 야동 같은 거 안 봐. 그냥 모을 뿐이야”라고 말하고, 손으로 여성의 가슴을 주무르는 듯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성을 대하는 그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라며 “이런 영상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을 유발하는 수단으로 여과 없이 방송하니 그들의 죄의식은 얕아질 수밖에 없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저래도 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면죄부 주는 방송사와 유력 기획사의 카르텔 =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 쉽게 면죄부를 주는 방송가의 행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준영은 3년 전 전 연인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다. 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며 사건이 일단락되자 KBS 2TV ‘1박2일’ 제작진은 불과 3개월 만에 그를 다시 불러 특집 형식의 환영 행사까지 벌였다.

스타와 연예기획사의 힘이 세진 것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쉽게 TV로 복귀하는 이유다. 기획사는 다른 톱스타의 출연을 미끼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소속 연예인을 슬쩍 밀어 넣고, 방송사는 시청률과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이를 묵과하는 식이다. 또한 14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13일 승리와 정준영 모두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해지된 것을 두고, 사건이 불거진 직후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떼던 연예기획사들이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방송사와 제작진이 출연진의 사생활을 일일이 체크하고,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잘못을 미뤄 짐작해 출연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TV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중에게 ‘선(善)하고 믿음직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공영방송은 보다 높은 도덕적 잣대를 두고 출연진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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