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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4일(木)
‘거름’ 되어 흙으로… ‘인간 퇴비’ 새 장례문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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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주, 첫 합법화 눈앞

주립대 ‘퇴비화 프로젝트’에
美 조경사 첫 실험자로 참여

시신에 식물성 물질 넣은 뒤
빠른 분해위해 열·공기 가해

워싱턴주 화장률 가장 높아
매장식 장례문화 대안으로

“수 톤의 탄소 배출 줄일 것”
종교계선 “품위 없다” 반발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성서 구절에도 나오듯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인류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흙’과 곧잘 연결짓곤 한다. 사람의 죽음을 ‘흙으로 돌아간다’고 즐겨 표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제 추상적 의미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실제 물리적, 신체적으로 인간을 땅에 ‘돌려주는’ 것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수목장 등을 넘어 시신을 직접 ‘인간 퇴비’로 만들어 흙을 기름지게 하는 새 장례 실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날 정원에 묻어줄래?”=13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수년 전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배션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카트리나 모건은 절친한 친구이자 조경사인 브라이어 베이츠의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정원을 가꾸던 베이츠가 ‘죽은 뒤 정원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죽으면 정원에 묻어달라는 부탁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지에만 시신을 매장할 수 있도록 한 워싱턴주의 주법상 먼저 해당 정원이 묘지로 지정돼야만 베이츠를 묻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모건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죽은 뒤 인간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인간 퇴비 제조를 시도 중인 기업가 카트리나 스페이드였다.

결국 모건의 소개로 베이츠는 워싱턴주립대의 4개월짜리 ‘도시 죽음 프로젝트’의 첫 실험자가 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의 시신을 퇴비처럼 분해하는 것을 실험하는 내용으로 전통 방식대로 시신을 묻을 경우 토지 사용이 불가능한 기존의 매립식 장례 문화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2017년 베이츠가 흑색종으로 사망한 뒤 이뤄진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나 인간 퇴비의 실현 가능성이 증명됐다. 모건은 “베이츠는 자연과 생태계를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했다”며 “이건 그의 종교이며, 그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츠가 묻히고 싶었던 워싱턴주는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초로 인간 퇴비 합법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당 소속 주상원의원인 제이미 피더슨이 지난해 12월 주의회에 제출한 인간 퇴비 합법화 법안이 지난 2월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하원 소비자보호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법안은 주정부 인가를 받은 기관이 인간의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더슨 의원은 지난해 스페이드에게 제안을 받아 해당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 법안은 현재 제이 인슬림(민주) 워싱턴주 주지사의 서명만 앞두고 있다.

◇인간 퇴비 제조에는 30일이면 충분=사람이 죽은 뒤 완전히 퇴비가 바뀌는 데는 30일 정도면 충분하다. 2014년 스페이드와 팀을 이뤄 인간 퇴비 실행 가능성을 연구한 린 카펜터보그스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30일 동안 미생물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시신이 퇴비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동물들처럼 인체에도 단백질과 물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들이 좀 더 빨리 분해될 수 있도록 나무 부스러기나 짚 같은 식물성 물질을 넣은 뒤 어느 정도의 열과 공기를 가하면 사체가 퇴비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스페이드는 “인간 퇴비는 시신 한 구당 수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주는 시신을 화장하는 비율이 76%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며 “(인간 퇴비로) 재구성하는 데는 화장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8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종적으로 법안이 시행되기 전이지만 인간 퇴비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상당하다. 스페이드는 “벌써 (인간 퇴비를 문의한) 메일링리스트가 7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죽은 뒤 단순히 땅에 묻히거나 어딘가에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피더슨 의원은 “워싱턴주 주민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강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이 덜한 편”이라며 미국 내에서 인간 퇴비 법안이 최초로 시행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갤럽 조사 결과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성인 절반가량은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천주교 등 기존 종교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인간을 퇴비로 만들어 뿌린다는 자체가 품위 없다는 반론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정제된 절차를 통해 실시한다지만 너무 그로테스크(괴기)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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