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권력·검찰·내응 ‘사법 3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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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검찰이 지난 5일 전·현직 판사 10명을 추가 기소하며 8개월을 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를 끝냈지만, 사법부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기존에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외에 행정처 간부와 고위법관 출신 10명을 기소하고,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숫자만 보면 엄청난 사법 추문으로 보이지만,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재판개입(직권남용)과 수사기밀 유출이 거의 전부로, 수사 초기 ‘재판거래’ 프레임을 건 검찰에 의해 사건이 침소봉대됐다.

문제는 검찰이 추가 기소한 현직 법관 8명 중에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 1월 30일 김 지사 유죄 선고 후 “양승태 적폐사단의 일원” “정부를 흔드는 조직적 저항”이라며 보인 집권여당의 신경증적인 반발,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들의 법관 탄핵 촉구 등에 비춰 보면 어쩌면 예상된 수순이었는지 모르겠다. 검찰은 성 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때 법조비리 사건의 수사기밀을 외부에 유출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 예규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에 따르면 판사, 검사, 국회의원, 장관 등이 피의자로 연루된 형사사건은 법원행정처에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보고하게 돼 있어 성 판사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또 수사기밀의 외부 유출이 아니라 내부정보보고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이는 중요 인물이 피의자로 연루된 사건은 하급심에 맡겨놓고 구경만 해선 안 되고 대법원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사법행정권 행사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검찰은 또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은 차문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참고 자료’ 명단에 넣어 대법원에 통보했다. 문제가 있는 판사니 인사나 징계할 때 참고하라는 건데, 그 내용을 보면 검찰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차 판사는 사촌 동생인 차성안 판사가 언론 기고나 법원 내부망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의 역점 사업인 상고법원 설립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자 법원행정처로부터 “동생을 잘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에게 전화한 게 전부다. 재판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상례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위다.

성창호 판사 기소와 차문호 판사 참고 자료 통보는 검찰이 여권을 대신해 ‘항소심에선 김경수가 무죄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성 판사는 물론이고 차 판사도 언제든지 문제 판사로 불이익을 당할 주홍글씨가 찍혔다. 이 와중에 여당은 여전히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이 추가 기소한 현직판사 8명 중 이미 정직 중인 2명을 제외한 판사 6명을 재판에서 배제하는 인사 발령을 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깨고 이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라고 해당 재판부에 사인을 준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검찰, 대법원장이 삼각 파도를 이뤄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게 바로 사법 농단이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