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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4일(木)
“50세 순종, 햇빛 못 본 80세 아편쟁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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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언론 1924년 인터뷰기사 발견

“정원 가꾸며 소일… 시종 무기력
명성황후 산 채로 불 타 죽었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 순종(사진)이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가 최근 발견됐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중국학과 고혜련(Heyryun Koh) 교수가 찾아낸 1924년 5월 3일자 알게마이네 차이퉁에는 ‘오늘의 서울, 황제를 만나다’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여기서 이름이 나오지 않은 독일 기자는 아르날도 치폴리란 이탈리아 기자와 함께 창덕궁에서 순종의 인터뷰를 가졌다. 기사 속에서 순종은 기자가 던진 대부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태에 있어 국권이 피탈된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했다고 연합뉴스는 14일 전했다.

독일 기자는 당시 50세이던 순종의 첫인상을 “80세 정도의 깡마르고 햇빛을 보지 않은 얼굴의 노인”이라며 “황제는 그저 아편을 피우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 그는 가족만 남았고, 한국 정치의 비극적 인물이다”라고 묘사했다. 이어 “어리석은 노인은 궁전 안의 딱딱하고 불편한 권좌에 앉아있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수염을 만지면서 그의 힘없는 눈이 나를 주시했다”라며 순종이 시종일관 무기력했다고 묘사했다. 이후 기자는 관동대지진이나 황제 시절 이탈리아 대표사절을 기억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나 역시 순종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기자는 묘사했다. 또 기자는 일제 만행의 역사를 알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기사의 맥락에서는 한국에 대한 동정심도 읽혔다.

“그(순종)를 보니 1898년 10월 밤의 기억이 내 머리를 스친다. 서울의 민중봉기 때문에 일본은 끔찍하게 그들을 탄압했다. 미친 군대들은 고종 황제의 궁을 침입해 궁녀들을 죽이고, 황후를 처참하게 때린 후 석유를 붓고 살아있는 채 불에 태워 죽였다. 같은 운명에 놓일 뻔한 황제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쳐서 살아남았다. 그 후에 불행한 왕조는 고난의 길뿐이었다.”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된 뒤 불에 태워졌다는 기록들은 있었으나, 독일 기자가 산 채로 불에 탔다고 적은 점은 특이한 점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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