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수송보국’ 소명 안고 첫이륙… 2000년 ‘스카이팀’ 주도 글로벌 도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69년 3월 6일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공사 인수식이 열리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50년史

한진, 빚 27억 항공公社 인수
당시 보유 항공기 8대로 출범

1982년 첫 국산전투기 출시
1990년대 5대양·6대주 취항
2000년 이후 프리미엄 전략
“2023년까지 매출 16兆 달성”

‘수송보국(輸送報國).’

수송으로 조국에 보답한다는 뜻의 이 말은 대한항공 창립(1969년 3월 1일) 이래 50년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온 경영철학이다. 조중훈 한진그룹 선대회장(창업자)부터, 2대 조양호 회장과 3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까지 수송보국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1970년대=조 선대회장은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해외여행 한 번 해보는 게 내 소망”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탁을 받고, 1969년 ‘부실 덩어리’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수송보국의 신념 때문이었다. 조 선대회장은 중역들에게 “밑지면서도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 있는 것”이라며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국익과 공익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출범 당시 보유 항공기는 고작 8대였다. 그나마 DC-9 제트기 1대 외에는 수명이 다했거나 임차한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부채만 27억 원에 달했다. 1969년 공사 인수 직후 곧바로 사이공에 취항했다. 이는 베트남전 파병 군인과 기술자들을 국적기에 태워야 한다는 소신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태평양 노선과 유럽 항로 개척에 힘을 쏟았다. 1971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태평양 횡단 노선인 서울∼LA 화물 노선을 개척했다. 이후 호놀룰루, 뉴욕, 취리히, 파리, 바레인 노선이 1970년대 잇따라 개설됐다.

◇1980년대 본격 성장기=1984년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시작으로 1988년 런던, 밴쿠버, 토론토 노선을 열었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후에는 삿포로(札幌), 싱가포르, 자카르타 등 노선을 연이어 개설했다. 1980년대 조 선대회장이 중국민용항공총국과 쌓아둔 신뢰는 1990년대 중국 노선 개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항공산업 인프라 투자도 이뤄졌다. 1981년과 1983년에는 각각 LA 공항과 뉴욕 JFK 공항에 대한항공 전용 화물 터미널을 준공, 개장했다. 1984년에는 인천 운항 훈련원을, 1989년에는 자체 조종사 양성 기관인 기초 비행 훈련원을 각각 개원했다.

수송보국은 계속됐다.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3년 안에 전투기를 출고하겠다”고 약속한 뒤, 1982년 국산 첫 전투기 F-5 제공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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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안정기=조양호 회장은 선대회장의 경영이념을 이어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올라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 1990년 3월 모스크바 정기 노선 개설 이래 시드니, 상파울루, 카이로, 베이징(北京), 칭다오(靑島), 톈진(天津), 선양(瀋陽) 노선에 잇따라 취항하며 5대양 6대주를 아우르는 노선망을 갖추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대한항공은 1990년대 말 발생한 일련의 항공기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련 기준을 미국 연방항공청(FAA) 수준으로 강화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2000년 이후 단 한 건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항공사로 거듭났다.

1990년대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1996년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 집행위원회의 위원이 됐다. 2014년부터는 집행위원 31명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도 맡게 됐다. 국제 항공업계에서 높아진 대한항공 위상은 오는 6월 IATA 연차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2000년대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1990년대 후반 세계 항공업계는 동맹체로 재편됐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를, 아메리칸항공은 ‘원월드(One World)’를 각각 창설했다. 이에 2000년 조 회장 주도로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가 스카이팀(SkyTeam)을 출범시켰다. 현재 스카이팀은 19개 회원사가 총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대표적 글로벌 동맹체로 성장했다.

◇2010년대 재도약기와 향후 50년=대한항공은 2010년대 들어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대표적 성과가 지난해 5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출범이다. 미주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 프리미엄 수요를 대거 유치했다.

조원태 사장은 주요 이슈에 대해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등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새로운 100년으로의 힘찬 도약’을 내건 대한항공은 최근 경영 발전 전략 ‘비전 2023’을 발표했다. 연 매출을 매년 5.1% 성장시켜 오는 2023년 매출 16조 원을 달성하고, 보유 항공기는 19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