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알코올에 끌리는 건, 진화적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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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원숭이 / 로버트 더들리 지음, 김홍표 옮김 / 궁리

왜 우리가 알코올을 좋아하고 마시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해 놓은 책이다.

알코올은 자연에서 쉽게 발견되는 물질이다. 식물 중에는 과일이 열리는 종들이 있다. 잘 익은 과일에는 당이 많고, 알코올은 특정한 종류의 효모가 당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동물들은 멀리서도 알코올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능력을 진화시켰다. 저자는 알코올이 함유된 익은 과일을 먹는 동물이나 영장류의 섭식이 오래전 인간의 조상에게도 그대로 이어졌고, 인간이 술에 끌리는 것은 이러한 생물학적, 진화적 유산이라고 설명한다. 알코올 섭취가 약 1억 년에 걸쳐 이어져온, 생물들 간의 오랜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난 2000년 영장류가 과일을 먹는 행위와 알코올 섭취의 진화학적 기원을 다룬 ‘술 취한 원숭이 가설’(drunken monkey hypothesis)을 학계 최초로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책에 따르면 알코올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작용을 모두 갖고 있으며, 적당량을 섭취하면 몸에 해롭지 않고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체내 알코올 부산물이자 숙취를 유발하는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더 잘 분해한다. 256쪽. 1만5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