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KPS 구축 앞당겨야 安保 지킬 수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미국의 스페이스 X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유인 우주선을 상정한 캡슐이 우주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했다. 우주여행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우주는 이제 관광 여행 상품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安保) 측면에서도 국가의 안위가 좌우되는 군사 영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향후 5년간의 국방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군사력을 증강시킬 분야를 우주와 사이버 그리고 전자파 군사 능력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르게, 전장에 우주와 사이버, 전자파 공격 능력이 새로이 전개되는 것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미치비키(干滿)’라는 자체 위성항법장치(GPS)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 3기의 위성을 더 발사해 모두 7개의 인공위성으로 미국의 GPS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16일, 일본판 GPS를 군사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은 자체 GPS가 있는데 한국만 없는 처지가 된다. 현대의 첨단 전투기나 이지스함은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어도 모든 기동을 소프트웨어에 의존한다. 따라서 군사용 암호를 사용해야만 하는 GPS 정보의 도움 없이는 원활한 전쟁을 치를 수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고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주변국들은 서둘러 자체 GPS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은 자체 GPS가 없어 유사시 미국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력으로 모든 미사일의 유도를 오차범위 6㎝ 이내로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사이버 분야도 공격형 사이버 전략으로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사이버전에서는 공격을 당한 쪽이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공격받은 국가도 상대방에 사이버 공격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전쟁터인데 사이버 공격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용 사이버 능력을 증강하는 이유도 2020도쿄(東京)올림픽을 위해 테러 방지의 목적이라며 겉포장을 했지만, 이 분야도 본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리고 모든 자위대 수송기와 대잠 초계기에 공격적인 전파 방해 장치를 장착해 북한이나 중국 등의 상대방 전투기와 군함의 기동을 무능하게 만드는 국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우주’ 능력이 없으면 꼼짝도 못 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도 미래와 후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하루바삐 우주와 사이버, 전자전 능력 향상에 국력을 집중해야 유비무환의 계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형 항법 시스템(KPS)이라 하여 3개의 정지궤도 항법위성과 4개의 경사궤도 위성을 합쳐 7개의 위성으로 자체 GPS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34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국제 정세가 변하는 속도를 보면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 주변국 모두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장 늦은 일본이 올해부터 군사용 활용을 시작하는데, 한국은 시간을 더 당겨야 안정적인 국가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우주개발전략본부장을 맡으며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군사 용도의 GPS를 시간을 앞당겨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 만큼 한국도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시간을 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차관급 정도의 가칭 ‘우주청’을 신설해 우주 개발을 집중적으로 챙겨야 우주시대에 뒤떨어지는 역사의 과오를 면할 수 있게 된다. 우주 선진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모두가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우주 개발을 챙기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