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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5일(金)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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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졸업식 노래’(1946)다. 그런데 요즘은 현실에 맞지 않는 가사를 담고 있어 잘 불리지 않는다고 한다. ‘언니’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등이 바로 문제의 가사로 지적된다. 이 중 ‘언니’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우리의 친족어휘 가운데 ‘언니’는 좀 묘한 존재다. 다른 친족 어휘와 비교해 형태상 이질적일 뿐만 아니라 뒤늦게 문헌에 나타나 쓰이다가 형태는 물론이고 의미까지 달라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본 것으로 가장 오래된 예는 ‘한영자전’(1897)에 보이는 ‘어니’다. 우선 ‘언니’가 아니라 ‘어니’인 점이 눈에 띈다. 이 ‘어니’에 ‘ㄴ’이 첨가된 어형이 바로 ‘언니’다.

학계에서는 ‘어니’의 존재를 모른 채 ‘언니’를 ‘앗(始初)’ 또는 ‘엇(親)’에 접미사 ‘-니’가 붙은 어형으로, 또는 ‘웃누이’에서 변한 어형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설명은 ‘언니’의 이전 어형이 ‘어니’라는 점만 들어도 설 자리를 잃는다.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어니’는 ‘兄’을 뜻하는 일본어 ‘아니’와 기원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나 한다. ‘어니’, 곧 ‘언니’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이것이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에게도 적용된 점이다. 이는 한자어 ‘형’과 동일한 용법이다. ‘졸업식 노래’에 나오는 ‘언니’도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적용된 것이다. 이런 용법이 1970년대까지도 유지됐으나 지금은 여성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이렇듯 ‘언니’의 의미 적용 범위가 여성만으로 축소된 이유는, 같은 의미를 지니던 ‘형’과의 동의 경쟁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두 단어가 같은 의미를 놓고 서로 다투다가 ‘언니’는 여성 쪽을, ‘형’은 남성 쪽을 택해 서로 살길을 모색한 것이다. 지금 ‘언니’가 손위의 여성에게만 적용되고 있으니, 자칫 졸업생 중에 ‘형’ ‘오빠’ ‘누나’는 없고 ‘언니’만 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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