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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5일(金)
‘궤변 國政’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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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野 원내대표의 당연한 지적을
‘국민 모독’이라며 사과 요구
법치 유린을 ‘사회 통합’ 강변

洑 철거 결정 꿰맞춰 사실 왜곡
통일장관 후보는 유체이탈 화법
진실 앞에 정직하기부터 해야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실제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인 궤변(詭辯)의 예로 흔히 드는 것이 ‘흰 말은 말이 아니다’는 뜻의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궤변으로 널리 알려진 학파 명가(名家)의 공손용이 제시했다. ‘색깔과 형태는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어서 백마는 백마일 뿐 흑마(黑馬)·황마(黃馬) 등을 포괄하는 말이 아니다’는 취지다. ‘지혜의 스승’이라는 의미인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sophist) 학파 또한 궤변론자들로도 일컬어지며, ‘말이 안 되는 말을 말이 되는 것처럼’ 한 예가 자주 인용된다. ‘무엇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대가 뿔피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원래 없더라도) 뿔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類)다. 철학에서 궤변론은 결과적으로 논리적 반박의 치밀성을 이끌어 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세계 철학사의 그런 궤변과 달리, 현대 사회에선 최소한의 논리도 없이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교묘하게 호도하는 황당한 궤변이 횡행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國政) 운영마저 그러는 일이 다반사다. ‘궤변 국정’의 난무(亂舞)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청와대가 ‘국민 모독’이라고 낙인찍은 것도 가까운 예다. 나 의원은 “반미·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우리 외교를 반미·반일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 표현은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해 9월 26일 ‘한국의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고 한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문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김정은을 “젊고 매우 솔직하며 예의 바르다”고 추켜올렸다.

블룸버그 말고도 국내외 인사와 언론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북한 대변 행태를 개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을 수치스럽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의 재발 방지 촉구는 당연하고, 책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막말 공격은 충성 경쟁 차원의 정치 공세라고 치더라도, 청와대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은 적반하장의 더 심각한 궤변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유체이탈식(式) 변명은 또 다른 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불가피했던 개성공단 폐쇄를 ‘자해(自害)’로 매도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때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강화도 해병 대대를 방문해 ‘북한 소행’을 언급한 사실을 두고는 SNS에 글을 올려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운운했다. ‘진보와 보수의 대화 어쩌고저쩌고하는 대부분의 이벤트는 알고 보면 사기’라고도 했다. 그랬던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공직자 아닌 일반인 정서로 쓴 글”이라고 둘러댔다. 공직자인 자신과 일반인인 자신은 생각이 다르다는 식의 유체이탈 궤변이다. 그런 그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인사검증에서 ‘적합’ 판정했다.

그 장본인 조국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다. 취임 이래 방송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진행 팟캐스트에 지난 9일 처음 출연한 그는 그동안 다른 방송에는 일절 나서지 않은 것을 자랑처럼 내세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현 국회가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 궤변에 해당한다. 헌법에 단체행동이 금지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불법 파업 해직자 전원 복직을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뒤엎는 ‘법치 유린’ 특별법 제정을 당·정·청이 추진하면서 ‘내 편 챙기기’ 저의를 감춘 채 ‘사회 대통합 차원’으로 포장한 것도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궤변 국정’이다. 환경부는 ‘적폐 청산’ 명분으로, 전전(前前) 정부가 수천억 원을 들여 건설한 4대강 보(洑)의 경제적 효과와 수질 조사결과도 왜곡했다. 사실상 미리 내린 ‘철거’ 결정에 꿰맞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태로 ‘궤변 국정’을 넘어 ‘사기(詐欺) 국정’이라고도 할 만하다. 문 정부는 이 밖에도 수두룩한 ‘궤변 국정’의 위험한 질주를 당장 멈추고, 진실 앞에 정직하기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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