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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5일(金)
아이돌의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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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에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백성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범죄를 저지를 때 천재성이 폭발하는데,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폐인이 돼 세상을 떠난다. 순수 예술인이든, 대중 연예인이든 보통 사람과는 다른 ‘끼’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회적 일탈은 ‘어느 정도’ 양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광염 소나타에는 “천 년에 한 번 나올 천재를, 범죄 때문에 버리면 더 큰 죄악”이라고 주장하는 평론가도 등장한다. 그러나 광염 소나타가 나온 90년 전과는 세상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뛰어난 문화인들의 사회적 영향력도 지대해졌다는 점에서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피할 수 없다.

‘빅뱅’ 멤버 승리와 가수·방송인 정준영이 14일 나란히 경찰에 출석했다. 각각 성 접대와 성관계 동영상 유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류 확산으로 국내 스타가 세계적 스타가 되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짧은 기간에 부와 명예를 얻게 되면서 예술혼은 고사하고 인성(人性)도 형성이 안 된 어린 나이에 명멸하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승리는 국내 3대 연예 기획사라는 YG 출신. YG와 SM, JYP는 외국 연예인 지망생들까지 빨아들인다. 1980년대 다재다능 엔터테이너였던 이수만이 세운 SM은 스타성을, 춤꾼 양현석이 만든 YG는 끼를 강조해왔는데, 싱어송라이터 박진영이 만든 JYP는 특이하게도 인성을 강조해왔다.

JYP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인사·식사 매너를 가르치고, 남성 연예인들에게는 여성을 상대하는 매너까지 가르친다. 박진영은 “겸손은 보험 같은 것”이라며 “그래야 위기가 올 때 주변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강의하기도 했다. JYP는 오랜 기간 매출이나 시가총액에서 SM, YG에 크게 밀렸다. SM은 1995년 법인 설립 이후 줄곧 업계 1위를 유지했고, YG는 빅뱅 등의 인기를 바탕으로 2016년 SM의 매출을 넘어서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소속 연예인들의 추문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에 JYP가 약진했다. 지난해 8월 시가총액 1조 원을 넘기고, 곧이어 1위로 올라섰다. JYP의 ‘인성 마케팅’이 빛을 보는 것인가. 유명 인사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일일이 기록되고, 대중에게 공개되는 세상이다.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유명할수록 옷깃을 더 여며야만 살아남는다는 현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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