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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15일(金)
美 ‘빅딜’ 압박에 北 ‘실험재개 카드’로 응수…기싸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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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서 회견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평양 AP=연합뉴스) 15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 외무성 직원이 서 있고 오른쪽은 통역.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北, ‘협상중단’과 핵·미사일 실험재개 운떼며 美압박…판 깰 의도는 없어 보여
北美, ‘양보 불가’ 외치며 ‘하노이담판’ 당시 입장 고수…냉각기 길어질듯


제2차 북미정상회담(2월27∼28일·하노이) 결렬 이후 한동안 공식 입장을 내지 않던 북한이 ‘협상중단’과 ‘미사일 실험 재개’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미국을 향한 압박에 나섰다.

미국이 ‘빅딜’ 입장을 고수하며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북한을 몰아세운 데 대해 북한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응수한 것으로, ‘포스트 하노이’ 국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미 간 기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의 언급은 ‘협상중단’과 ‘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북한은 작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방북 때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해 4월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그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핵무력 완성에 따른 자발적인 ‘실험 중단’이라고 설명했던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보름만에 실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이 과거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모습이 위성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화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강대 강’의 대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국의 압박에 맞받아치며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자 하는 기싸움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대표적 대외 분야 성과(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를 파괴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 수단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것이다.

또한 최 부상의 회견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서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내세워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 ‘가만있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에선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빅딜’ 입장을 고수하며 “대화에 대한 결정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공을 북한에 넘긴 데 대해 ‘우리는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미국이 움직여라’며 다시 공을 넘긴 것으로도 읽힌다.

최 부상이 ‘협상중단’을 선언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조만간 이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여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판을 깨겠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태도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에 비해 대화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며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비타협적인 요구를 하는 바람에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졌다며 “이들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이들에게 2차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이는 자신들의 요구에 부응할 이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는 기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지금의 ‘톱다운’ 협상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은 최 부상의 회견을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밝혔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하고 있어 대화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도 이번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공간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 부상은 회견에서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하는 등 변화를 보여준 것에 대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타협을 하거나 대화를 이어갈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 것도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에 상응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계속 강경 발언을 하는데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면서 “판을 깨지는 않으면서 미국의 입장을 바꾸라고 촉구하는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양측의 양보없는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평양 답방을 조기 성사시킴으로써 ‘배후’를 강화하거나 핵·미사일 실험을 공식 예고하며 김 위원장 신년사에 등장한 ‘새로운 길’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특히 북한이 판을 흔들기 위해 실험 재개의 길로 나아가고 미국도 강경기조로 대응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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