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남해 섬 미세먼지도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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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으로 일주일 동안 전국에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졌다가 해제된 이튿날이었다. 전남 여수와 고흥 사이에 떠 있는 섬으로 취재하러 가면서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해 가져갔다.

측정기로 확인하고 싶었던 건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도시에서 먼 바다 위의 섬은 좀 형편이 나은 건지. 숲의 미세먼지 정화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미세먼지 영향을 덜 받는 행동패턴이 있는 것인지….

수시로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공간별로 수치를 비교한다면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대략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기대는 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남쪽 섬의 난대림 숲에 들어가면 미세먼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든지 하는 결과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변수가 너무 많았다. 섬에 도착해서 잰 미세먼지 농도는 57㎍/㎥. 같은 시간 한국환경공단 자료로 확인한 여수 시내(51㎍/㎥)보다 높았다. 1시간 넘게 먼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 당도한 섬의 먼지농도가 시내보다 높다니…. 그런데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었다. 같은 시간 인근 고흥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인 102㎍/㎥에 달했다. 고흥과 비교하면 섬의 먼지농도는 절반에 불과한 셈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여수와 고흥 사이의 섬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가, 낮은가.

섬 안의 난대림 숲속은 숲 바깥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짙은 숲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5㎍/㎥쯤 떨어진 때도 있긴 했지만, 그게 숲속이라 그랬는지 마침 불어온 바람 때문에 그랬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바깥보다 숲속이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바람의 세기에 따라, 대기의 순환에 따라 미세먼지의 농도는 들쑥날쑥해 도무지 규칙이나 패턴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미세먼지 측정기를 가져간 게 영 쓸모없는 일이었던 건 아니다. 알아낸 것은 이렇다. 도시보다 공기가 훨씬 더 맑을 것이라 기대했던 먼 남녘 섬의 대기도 도시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 여행이나 이동만으로는 미세먼지를 회피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미세먼지는 전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미세먼지를 측정하거나 예측하거나 저감하는 것 모두가 치밀한 ‘과학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과거에 더 심했다. 환경부가 매년 발간하는 대기환경 연보에 실린 연도별 평균 미세먼지 측정치 추이를 보면 20년 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이었다. 지금 중국의 대도시와 비슷하다. 이게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건 과거 측정치가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연중 고르게 대기가 ‘어느 정도’ 나빴다면 지금은 특정 시기일 뿐이지만, 숨 막힐듯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가득 찬다.

미세먼지 해결 방법을 놓고도 좌파니, 우파니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양 극단의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편 가르기 하는 건 해결 방법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다. 과학이나 데이터를 받아들이지 않고 막연한 공포에 짓눌리면 피해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비록 상황은 좋지 않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절반이나 줄여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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