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탈원전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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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해법을 내놨다.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중지한다. 신규 경유차로 교체할 때는 금전적 지원도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의 휴업을 하거나 수업시간을 단축하고 승용차 2부제 운행을 권장한다. 화학 공장 가동과 대형 건설공사를 중단하고 공기청정기도 보급한다. 심지어 야외에 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환경부 장관의 발표도 있었다.

이들 대책은 하나같이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국고를 쓰는 것이다. 문제는, 미세먼지의 원인과 저감 대책의 비용과 효과성에 대한 과학적 검토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미세먼지 문제는 원인이 다양하므로 단기간의 조치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아마추어적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다 마셔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극심해진 지금 법석을 떨 게 아니라, 2년 전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부터 착실히 준비했어야 하는 정책이다.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있어야 했고, 장기적인 해법은 이미 착수했어야 하는 일이다.

둘째, 편익분석이 없다. 제시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 각각에 대해 국고가 얼마나 사용되며, 국민 불편은 얼마나 초래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 미세먼지 저감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정량적 분석이 먼저다. 그래야 대책들의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

셋째, 너무 급하다. 정부 부처가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은 해결책이라기보다 보여주기 행정이나 관료들의 충성경쟁에 가깝다. 이는 정책이나 행정이 아니라 정치다. 야외 공기정화기를 가동했을 때 미세먼지가 얼마나 제거될 것인지를 미세먼지 발생량과 유입량과 비교해 시뮬레이션해 보았는지 그 결과 미세먼지가 어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인지 또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정량적 계산을 해 봤는지 의심스럽다. 그냥 상식선에서 좋아 보이는 걸 모두 나열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넷째, 문제의 해법을 국내 대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외교부에서도 내놔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환경부와 산업부만 대책을 발표하는가.

다섯째, 종합적 분석이 없다. 미세먼지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모두 나열하다가 보니 우선순위도 없고 총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에 대한 추산도 없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 필요한 전기와 수소를 어떻게 청정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여섯째, 미세먼지가 덜 발생하도록 하는 게 정책의 우선인데 오히려 더 심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제 와서 줄인다고 비용과 행정력을 허비하며 국민 불편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국정을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탈원전 정책이 그것이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감각적 인식에 기초해, 지난 50여 년간 안전하게 운영된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전기 요금 인상, 에너지 안보의 불안, 수출산업의 상실, 국격 기술의 상실, 원전산업의 붕괴와 고급 일자리 감소,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 증가를 각각 돈을 써 가며 해결하려는 게 얼마나 국력을 소진하는 일인가.

이제 사탕 발림식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문제를 제대로 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