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촬영·유포하면 ‘최대 징역 7년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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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영 사건으로 본 ‘性몰카’ 처벌

보기만 하는건 범죄 아니지만
“보여달라” 요구땐 교사罪

촬영 동의했어도 유포하면 범죄
법무장관 “엄중 처벌하라” 지시

단톡방 통한 성폭력 수년째 문제
일부 대학 게시판서 공개 잇따라

15 ~ 50세 男女 2043명중 34%
“모바일로 음란물 전송받은 경험”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의 파장이 크다. 가수 출신 방송인 정준영에 대해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가운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준영은 사과문을 통해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대화방에 유포했으며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고 범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빅뱅 전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얽혀 있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성폭력’ 의혹도 처벌 대상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스마트폰 보편화로 일반인들도 언제든 관련 법을 위반할 수 있는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마약류 투약·유통 혐의를 받는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는 성매매 알선 의혹까지 받고 있다. 각종 성폭력 방지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병규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는 20일 “이번에는 다를 전망”이라고 말한다. 박 변호사는 “법원은 이와 같은 범죄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처해 왔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 그리고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점에 비춰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중국에서 수입돼 시중에 유통된 위장형 카메라를 압수해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최대 7년 6월 구형 가능= 정준영은 2015년 말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수차례 동영상과 사진을 단톡방을 통해 지인들과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정준영은 승리와 함께 있는 카톡방에도 불법 촬영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도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폭법은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통해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여성이 촬영에 동의했어도 무단으로 유포했다면 역시 처벌된다. 성폭법은 14조 2항을 통해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죄를 범한 경우를 형법에서는 ‘경합범’으로 분류,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이론상 징역 7년 6월이나 벌금 4500만 원의 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불법 영상물 유포는 그 자체로 중대한 성범죄로서 유포되는 순간 피해자의 삶을 파괴한다”며 불법 촬영·유포 사범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바 있다. 최근 2019년 주요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서도 불법 동영상 촬영에 대해 “우리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범죄 중 불법 영상물 유통은 영리 목적이든 아니든 가장 나쁜 범죄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범행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따라 마땅히 구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려진 동영상을 본 행위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성폭법에는 촬영 및 유포 행위가 처벌 대상일 뿐 유포의 상대방까지 처벌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SNS 등에 올려진 동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경우 역시 성폭법 14조 2항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말하거나 이를 칭찬해 독려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같은 법률의 교사죄나 방조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톡방 성폭력 만연=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 ‘단톡방 성폭력’은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왔다. 처음 단톡방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던 사건은 지난 대학가에서부터였다.

국민대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단톡방에서 나눈 성희롱 대화가 여론에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이후에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에서 비슷한 단톡방 대화들이 연달아 공개된 바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벌어졌다. 지난 2017년에는 30대 남성 4명이 동료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단톡방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동료 여성들 비하 표현은 물론 여성들의 실명, 직장명, 신체적 특징을 거론하며 성관계 여부까지 자세히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는 온라인 성폭력이 빈발하는 창구로 조사됐다.

15∼50세 남녀 2043명 중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음란물을 전송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58.3%) 이상이었다. 모바일 메신저로 경험했다는 비율은 34.2%에 달했다. 메신저의 경우 포털사이트 커뮤니티(19.1%), SNS(11%) 등 공개 플랫폼과 달리 폐쇄적이고 프라이버시 특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갑윤(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성폭력범죄 사건 접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범죄 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사건접수 건수는 최근 5년간 계속 늘고 있다.

연도별 성폭력범죄 사건접수 건수는 2014년 3만735건, 2015년 3만5046건, 2016년 3만7808건, 2017년 4만918건, 2018년 4만1089건이다. 정 의원은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 영혼을 파괴하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만큼, 철저한 수사로 사회에서 추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