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푸드 X파일>양배추, 비타민 U 풍부… 위궤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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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이 3월의 제철식품으로 선정한 양배추는 서양인에겐 한국인의 배추김치 같은 존재다. 서양에선 올리브·요구르트와 더불어 3대 장수식품으로 꼽힌다. 알렉산더 대왕을 ‘훈계’한 고대 그리스의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도 90세까지 살았다. 비결이 양배추 덕분이란 얘기가 전해진다. 그리스의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는 “양배추는 인간을 밝고 원기 있게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채소”라고 칭송했다. 케이트 윈즐릿·샤론 스톤 등 할리우드 스타도 즐겨 먹는 채소다.

양배추는 유럽에선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양배추를 자르면 나오는 흰 액체가 정액과 비슷하다고 여겨서다. 프랑스에선 첫날밤을 치른 신혼부부의 아침 식탁에 양배추가 오른다.

양배추는 브로콜리·배추·케일·콜리플라워·콜라드·무 등과 함께 배추과(십자화과) 식물의 일종이다. 일반 양배추의 200분의 1 크기인 ‘미니어처’ 양배추도 있다. 16세기 벨기에에서 개발된 브뤼셀 싹양배추(Brussels sprout·방울다다기양배추)다. 국내에선 제주도에서 12월 말∼3월에 수확된다. 줄기 끝에서 자라는 일반 양배추와는 달리 줄기에 붙어서 자라는 것이 ‘미니’ 양배추의 특징이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인데 크기가 작을수록 맛있다.

열량이 낮고 칼슘·칼륨·비타민 C·비타민 K·비타민 U가 풍부하다는 것이 양배추의 영양상 장점이다. 100g당 열량이 19㎉에 불과해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영양학자가 양배추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비타민 U의 존재 때문이다. 1949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양배추즙이 위궤양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양배추즙을 일주일 정도만 섭취해도 궤양이 빠르게 치유된다고 했다. 이런 효과를 얻게 하는 궤양(ulcer) 억제 물질을 비타민 U라고 명명했다. 비타민 U는 나중에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으로 밝혀졌다. 인공조미료의 주원료인 글루타민은 위장관 내 세포의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찬반 논란은 있지만 아직도 비타민 U가 위산과 자극물질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위궤양·위염 등 위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양배추를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최근엔 항암 식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암학회는 암을 예방하려면 양배추를 비롯한 배추과 채소를 즐겨 먹을 것을 권장한다. 배추과 채소엔 다른 어떤 채소보다 설포라판 등 항암 성분이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양배추 등 배추과 채소를 즐겨 먹는 사람의 대장암·전립선암·폐암·유방암 등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과거 동독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서독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지만 통일 후 그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과거 동독에선 여성의 양배추 섭취량이 훨씬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골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뼈를 튼튼히 하는 최고의 영양소인 칼슘·비타민 K·비타민 D 중 칼슘·비타민 K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혈전(피떡)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양배추·아스파라거스·인삼·녹차 등 비타민 K가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출혈을 억제하는 비타민 K의 작용이 항응고제와 상반돼서다. 양배추는 생채로도 흔히 즐기지만 김치·피클·초밥·볶음·쌈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된다. 떡볶이와도 ‘찰떡궁합’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