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아버지도 한국에 큰 관심, 손기정 동상 만들어… 내가 국회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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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代에 걸친 한국 사랑

알브레히트 후베 교수는 일제강점기 마라톤 영웅 손기정과도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후베 교수의 한국 사랑은 1970년대 독일에선 매우 유별난 취급을 받았다. 한국어에 아무 관심 없는 시대에 그는 분명 ‘별종’이었다. 하지만 조각가였던 그의 부친 빈프리드 씨는 아들을 믿었다.

“아버지는 제가 하는 공부를 반대하지 않았어요. 아마 아버지도 한국과 인연이 깊어서 그럴 거예요. 아버지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셨어요. 당시만 해도 손기정은 독일 국민에게 영웅 같은 인물이었어요. 오죽했으면 독일에서 그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졌을까요. 그래서 아버지는 자비를 들여 손기정의 동상을 만들었어요. 높이 80∼90㎝ 정도 되는 청동상이었죠.”

후베 교수는 부친이 만든 손기정 청동상을 보관해오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에 기증했다.

“무척 환영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동상을 품에 안고 서울에 갔는데 그때부터 뭔가 사정이 이상하게 돌아갔어요. 독일에서 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는 그렇게 환영하더니 막상 한국에 오니까 아무 반응이 없는 거예요. 심지어는 정보부 같은 데서 조사를 받았어요. 기분이 좋지 않았죠. 이유를 몰라 답답했고요.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됐죠. 당시 전두환 정부가 올림픽 메달리스트 연금을 삭감하려 할 때였다고 해요. 그런데 갑자기 외국인이 손기정의 청동상을 들고 오니 불편했겠죠.”

그 이후 후베 교수는 청동상을 한동안 옷장에 보관하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국회를 통해 기증했다.

“당시 김재순 국회의장의 비서였던 이동복 실장을 통해 국회에 청동상을 기증했고, 그게 국회의사당 2층에 세워졌어요. 그러고는 그 동상이 20년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재작년에 제가 아들에게 그 동상을 보여주려고 국회의사당에 갔더니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그냥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 순간 ‘이건 문제가 있다’고 느꼈죠.”

후베 교수는 지난해 부친과 사별했다. 손기정 동상 문제는 꼭 자신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친은 유럽 난민 출신으로 독일에 자리잡고 온 가족을 보살핀 분이에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았어요. 그런 아버지의 작품을 그렇게 아무 데나 보관할 수는 없어요. 이건 제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 같아요.”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