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北비핵화 역할 외면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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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2월 27∼28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4차례 북·중 정상회동으로 평양과 베이징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중국이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미·북 간극을 메울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다음 달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인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러 번 중국을 찾아왔기 때문에 시 주석의 답방은 외교 관례상 자연스럽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미·북 회담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필요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아 부담스럽다면 김 위원장이 다시 방중할 수도 있다.

관건은 북·중 정상이 다시 만나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중국은 항상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리커창(李克强) 총리는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시종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며, 이 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3원칙을 반복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적극 동참해왔다.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나서겠다고 하자 중국은 ‘돌아온 탕자’를 대하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끌어안았다. 그러나 미·북이 1차 정상회담 전후로 비핵화 범위와 방법 등에 이견을 노출할 때도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미·북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견지만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을 제시한 적도 없다. 대신, 지난해 3월 첫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행동 원칙 지지 입장과 핵·미사일 시험 유예에 대한 부분 제재 완화 필요성을 러시아와 함께 꾸준히 주장해왔다.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8일 “각국은 처음부터 문턱을 높이거나 비현실적인 요구를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차 미·북 회담에서 일괄타결 식 ‘빅 딜’ 방안을 던진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북 양측의 대립각이 선명해진 이상 중국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결국 북한의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전략에 동의하는 셈이 된다.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중국의 이익과 관련된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는 적극적이다. 시 주석은 1월 8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목소리를 높여온 한반도 문제에서의 ‘건설적 역할’이란 결국 평화체제 논의에서의 역할을 말한다. 이는 중국이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주한미군 지위 등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현재와 같은 이중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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