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안보실, 미국·일본通이 없다

박철민 신임 외교정책비서관
駐포르투갈 대사 거친 유럽통

정의용, 통상·다자외교 전문가
김현종·최종건, 非외교관 출신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접어들면서 미국·일본 등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지난 2월 말부터 진행 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외교·안보라인 개편 인사에서 워싱턴스쿨(미국통)과 재팬스쿨(일본통) 인사들이 거의 전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핵심 라인인 안보실에 다자 외교나 통상 분야, 유럽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 관계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외교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임명된 안보실 2차장 산하 박철민 신임 외교정책비서관은 외교부 유럽국장, 주포르투갈 대사 등을 거친 ‘유럽통’으로 분류된다. 그 이전에도 국제기구협력관, 군축비확산과장, 유엔 근무 등을 거치며 4강 외교보다는 다자 외교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안보실 전체 구성을 보더라도 미국통 외교관 배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한때 주미 대사관 공사 근무 이력이 있지만 대표적인 통상·다자외교 전문가다. 지난 2월 말 부임한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은 미국 대학을 나온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주유엔 대사를 지냈지만 북핵 문제 및 한·미 공조 등 정무적 역량이 필요한 대미 양자 외교 경험은 전무한 비외교관 출신이다. 1차장 산하에서 2차장 밑으로 보직을 옮긴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도 미국 대학을 졸업했으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을 뿐 청와대 입성 전까지 실무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비외교관 출신 인사다. 그나마 이달 초 외교부 대변인에서 청와대로 옮긴 노규덕 안보전략비서관이 주미 대사관 참사관, 평화외교기획단장 등을 거쳐 대북 정책·대미 양자 외교 경력을 지닌 외교관으로 분류되지만 미국통으로 평가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직전에 안보실 1·2차장 교체를 섣불리 발표한 것부터가 이 같은 기조의 신호탄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의도적인 대미·대일 외교 홀대가 인선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