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공정위 가맹법’에… 꼬리무는 ‘bhc 분쟁’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2위인 ‘bhc치킨’의 분쟁은 마치 오는 4월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하다. 제품이나 원료의 ‘원가’는 기업에서는 절대 노출돼서는 안 될 기밀사항이다. 이는 굳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거론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경쟁기업의 제품 원가를 알게 되면 해당 업체 제품의 원재료 조달 루트와 단가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시장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bhc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지금 재료 원가와 공급가를 놓고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bhc가맹점 협의회는 본사 고위 임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필수 공급품목인 ‘고 올레산 해바라기유’의 원가가 통당 3만 원(15㎏ 기준) 이하라고 밝히고, 가맹점에는 이를 6만7100원에 공급해 두 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bhc 본사는 “원가는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정당한 영업 비밀로, 회사 시스템상 구매 담당 부서를 제외하면 원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논란의 근거가 된 타 부서의 녹취록만으로 내용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싸움은 양측에 피해를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가치만 떨어뜨리고, 경쟁기업에 영업 기밀만 고스란히 건네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연 매출 5000만 원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는 오는 4월 말까지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의 마진인 ‘차액가맹금’을 포함, 주요 품목 공급가격의 상·하한선과 관련 상품·용역, 경제적 이익 내용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물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곧바로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차액가맹금이 공개되면 여기저기서 bhc 분쟁과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똑같은 원료를 옆 가게보다 배 이상으로 비싸게 구매하고 있다면 이를 참을 주인이 누가 있겠나. 결국,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더는 발전하기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의 원가에 대해 본사와 가맹점이 협의를 통해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이유다.

임대환 경제산업부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