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레이 가서 印尼 인사말, 文정부 外交수준 상징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19-03-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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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한 것은 일회성 실수로 넘기기 힘들다. 제대로 된 외교(外交)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인 데다, 유사한 실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슬라맛 소르’라고 인사했다. 그것은 인도네시아 오후 인사이고, 그것도 ‘슬라맛 소레’를 잘못 발음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말로는‘슬라맛 쁘땅’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안녕하세요’ 대신 ‘곤니치와’라고 일본말로 인사한 것과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있던 지난 15일 청와대는 인터넷 홍보물에 대만의 종합문화시설인 국가양청원 사진을 버젓이 올려 놓았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엔 체코 대통령이 자리를 비워 총리와 회동했는데, 정상회담이냐 면담이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외교부는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문 대통령은 아셈 정상회의 때 정상 기념사진 촬영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 일들은 외교 본질과는 무관한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외교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와 외교부, 현지 공관의 긴밀한 협업이 진행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지난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유능한 외교관들을 적폐인 양 내치고, 외교는 아무나 해도 된다는 식으로 ‘낙하산 공관장’들을 무더기 임명하고, 청와대 외교 라인이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니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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