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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20일(水)
우량 에너지 공기업 거덜 내는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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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박근혜 정부 당시 영업흑자를 내던 대다수 에너지 관련 공기업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줄줄이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016년 7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2년이 지난 2018년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던 한전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원자력 시설을 가동해 만든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내는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2조5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년 만에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던 5개 발전 자회사(중부·서부·남부·남동·동서발전)의 당기 순이익도 2년이 지난 2018년에는 630억 원으로 93%나 줄어들었다. 이들 5개 자회사 가운데 3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으로만 보면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규모의 흑자를 내던 공기업들이 부실화하면서 수난의 시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며칠 전 산업자원부는 한전을 비롯한 이들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무관하며 국제 원료 가격의 상승과 원전이용률 하락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해명 자료를 내놨다. 지난해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발전을 위한 연료비가 많이 늘어나 적자가 커졌다는 것이다. 2년 전 80%에 가깝던 원전이용률이 지난해 65%대로 떨어진 것도 에너지 정책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격납 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결함 등 과거 부실시공에 따른 보정 조치로 인해 원전 정비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저렴한 원전을 값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서 이들 공기업의 적자가 확대됐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난해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됐고,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사업이 표류하면서 영업외 비용이 많이 늘어난 것도 적자 폭을 키웠다. 앞으로 ‘탈원전’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원전을 값비싼 에너지원들이 대체하는 비율이 늘어날 게 분명한데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는 유연탄 42%, 원자력 23%, LNG 27%, 수력 및 대체에너지가 6%였다. 2016년에 30%를 웃돌던 원자력의 비율이 2년 만에 23%까지 떨어졌다. 킬로와트아워(kwh)당 전력 단가가 LNG는 121원, 신재생에너지는 181원으로 각각 원전 구매 단가(kwh당 62원)보다 2배, 3배나 더 비싸다. LNG와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면서 값비싼 재료비가 에너지 공기업들의 순익을 갉아먹은 것이다. 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이 정도인데, 앞으로 탈원전이 본격화하면 한전이나 한수원의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임은 확실하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적자가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변명하는 것은 일수차천(一手遮天), 즉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에너지원은 없다. 원자력은 안전 문제와 폐기물 문제가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는 산림 훼손과 같은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 석유와 유연탄 그리고 LNG는 미세먼지로 공기의 질을 악화시킨다. 원자력을 무조건 배척하면 한전이나 한수원의 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늘어난 공기업의 손실은 국민의 혈세로 메우거나 전기료 인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원전을 악(惡)으로만 보는 이분법적 이념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최적인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는 융통성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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