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파워 우먼 ‘패션으로 정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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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앞둔 印 ‘간디家 돌풍’ 계기로 본 ‘스타일 속 숨은 메시지’ 분석

‘여성 인권의 상징’ 된 흰색정장
女정치인들 주요 행사마다 착용

‘최연소 美 하원 의원’ 코르테스
붉은 입술·링 귀걸이 ‘전매특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들의 패션에 숨어 있는 정치적 코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검은색 정장으로 천편일률적인 남성 정치인들의 패션과 달리 여성 정치인들은 다양한 의상을 소화할 수 있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패션 스타일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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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인도 여성정치인 프리얀카 간디(47)는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총재인 오빠 라훌 간디를 돕기 위해 총선 유세 활동에 나서면서 전통의상인 사리(Sari)를 입어 할머니이자 11년간 인도 총리를 지낸 인디라 간디 전 총리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약 9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거인 인도 총선은 오는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6주간에 걸쳐 진행되는데 프리얀카는 최대 격전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동부지역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현지에서 ‘인디라의 재림’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남매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등 3명의 총리를 배출한 정치명문가 출신으로 특히 간디 전 총리와 외모가 흡사한 프리얀카는 의식적으로 할머니와 같은 패션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리얀카의 대중 흡입력이 라훌을 앞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프리얀카가 사리를 즐겨 입는 것을 두고 인디아투데이는 ‘인도 최고 디자이너를 통해 프리얀카의 스타일을 해부한다’란 특집기사를 통해 “인도에서 만들어진 사리를 입어 대중에게 ‘인도를 신뢰한다’는 의미를 전달한다”며 “많은 이가 전통의상을 입은 그를 보고 ‘간디 DNA’를 떠올린다”고 분석했다. 반면 프리얀카는 젊은층을 상대로 유세에 나설 때는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입기도 한다. 폐쇄적 인도 사회에서 캐주얼 복장에 대한 비판도 일부 있지만 대중정치인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소통한다는 우호적 분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미국 여성 정치인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맞수로 부상한 낸시 펠로시(79) 하원의장이 ‘권력 의지’를 드러내는 패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펠로시 의장은 한 달 뒤 백악관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탈리아 브랜드 막스마라의 붉은색 코트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나타났고, 지난 1월 하원의장 취임 때는 핫핑크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타일리스트 톰 피츠제럴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트의 선명한 색상과 간결한 라인은 책임과 주도권을 쥔 여성을 암시한다”며 “펠로시가 하원의장 취임 때 택한 핫핑크 원피스도 권력을 잡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이 입은 붉은색 코트는 SNS에서 화제가 됐으며 최근 막스마라는 절판됐던 해당 코트를 재발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29세 나이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작은 사진)의 트레이드 마크는 붉은색 립스틱·원형 귀걸이다. 그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에 대해 히스패닉계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대법관에 오른 소니아 소토마요르(65)에게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로 ‘유럽에서 가장 속을 태우는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 테리사 메이(63) 영국 총리의 패션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최근 중요 행사에 참석 시 ‘투 레이어드(Two-layered)’ 타입의 두꺼운 코트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 골드스미스대 소비자심리학자인 패트릭 페이건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동시에 준비가 되면 싸울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문제로 EU는 물론 영국 내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그의 심리가 패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BBC는 “메이 총리의 정치스타일은 난해할지 모르지만 그의 패션 스타일만큼은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정치인들은 다양한 의상 속에 정치적 의미를 전달하지만 가장 기본적 의상은 백색 정장이다. 20세기 초 미국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참정권을 요구하며 순백의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한 것을 시작으로 흰색 정장은 ‘여성 인권’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1968년 뉴욕 제12선거구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하원의원으로 뽑힌 셜리 치점 역시 당선된 날 백색 정장을 입었고 1984년 미국 주요 정당에서 최초로 부통령 후보가 된 민주당의 제럴딘 페라로도 후보 수락 연설에서 흰옷을 입었다. 최근에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72) 전 국무장관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백색 정장을 입었으며, 주요 선거가 있는 날이면 많은 미국 여성이 흰옷을 입고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