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셀럽 탄생과 몰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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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유명 연예인 스캔들 일파만파
대중적 영향 큰 만큼 충격도 커
포장된 이미지 유혹 경계해야

오스카 와일드가 첫 셀럽 명성
실력·매력·네트워크로 급부상
무대 앞과 뒤 구분 못해 몰락

유명 아이돌 멤버들과 연예인이 대거 성 추문을 비롯한 탈선과 탈법 혐의로 수사 당국의 조사받고 있다. SNS를 통해 자기들끼리만 공유하던 이미지·동영상·텍스트 내용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대중의 애정과 호기심 어린 관심은 금세 통렬한 실망과 혐오로 바뀌었다. 섹스·마약·탈세·음주운전·도박·뇌물 등 다양한 사건이 얽혀 있지만, 이 모두를 하나로 엮고 있는 것은 이들이 대중문화계의 셀럽이라는 점이다. 연루자들이 모두 대중적 인기를 누린 셀럽이기에 이 사건들은 단순히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젊은이들의 탈선 수준이 아니라, 권력과 유착된 대형 비리 커넥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셀럽은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이다. 과거에는 유명인·명사 등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요즘 셀럽의 어감은 확연히 다르다. 미디어가 대중매체를 넘어 SNS, 유튜브로 확대되면서 셀럽들이 갖는 대중적 영향력과 파워가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중잡지들은 셀럽 영향력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셀럽들이 하는 말, 행동, 입는 옷과 타는 차, 사는 곳을 비롯해 소비하는 모든 것이 대중의 초미 관심사다. 글로벌 인기를 기반으로 한류 콘텐츠뿐 아니라, 캐릭터 사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도 생겨난다. 가히 한류 셀럽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역사상 처음 셀럽의 명성을 누린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라고 한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22세 무렵, 그는 영국 황태자가 참석한 런던의 갤러리 개관식에서 기이한 의상과 기행으로 이목을 끌며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자신을 모델로 한 오페라가 인기를 끌며 다시 주목 받았고, 오페라의 미국 상연을 계기로 미국에서 순회강연을 하며 가는 곳마다 화려한 외모와 말장난, 기행으로 대서양을 넘나드는 셀럽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는 다양한 작품을 쓴 뛰어난 작가였지만 훗날 역사는 그를 최초의 셀럽으로 기억한다.

오스카 와일드 등 모든 셀럽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2개의 메커니즘이 작동했다.

첫째는 대중적 이미지의 형성과 각인이다. 대다수 셀럽은 대중문화나 스포츠 등 소속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과 매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말처럼 대중의 관심을 겨냥한 언행이 중요하기도 하다. 대중의 관심은 선행이나 미담에 몰릴 때도 있지만, 기행과 스캔들에 더 많이 쏠린다. 도를 넘지 않는 파격 발언과 작은 악행은 외려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자극해 이름값을 더 높이기도 한다.

둘째는 네트워크의 활용이다.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셀럽들은 시상식·패션쇼·시사회 등의 공개 석상뿐 아니라, 개인적 파티나 여행에서 동료 셀럽들과의 친분을 과시한다. 종종 셀럽 중의 셀럽은 네트워크를 제한함으로써 신비주의로 알려지기도 한다. 동시에 셀럽에 대한 관심과 동경심은 그들의 네트워크가 자신들만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비즈니스와 권력 세계까지 확장되도록 한다. 셀럽과 어울려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만족을 높이려는 욕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행한 것은, 셀럽을 만들어낸 이 2가지 메커니즘이 최근 셀럽들의 몰락 과정에서 거꾸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대중적 이미지와 그 뒤에 감춰진 모습 간의 간격을 망각하거나, 무대에서의 앞면과 뒷면의 경계를 준법과 위법의 경계로 착각하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대중에게 드러나지만 않으면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들을 숱한 비행과 탈법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것이다. 게다가 셀럽들만의 네트워크는 이러한 비행을 부추기거나 서로 덮어주고 눈감아 줬다. 셀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즈니스와 권력의 네트워크는 셀럽을 적극 보호하며 부정한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미지와 네트워크로 흥한 자 이미지와 네트워크로 망하는 격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작가로서의 인기와 셀럽으로서의 명성이 절정에 달했던 1895년, 마흔을 갓 넘긴 나이에 동성 미성년자와의 연애로 기소돼 징역을 살았다. 이후 그는 영국에서 추방돼 객지에서 병에 걸려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전기 작가는 와일드의 몰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는 새로운 자기과시 문화의 허점, 즉 포장된 이미지, 특히 자신의 이미지를 진짜라고 믿는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의 셀럽들도 되새겨볼 가치가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