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모두 막힌 文정부 외교… 美와도 北과도 ‘채널’ 난맥상

하노이회담 결렬이후 정체
비핵화 해법 韓美간 의견차
北은 ‘南 중재자’ 역할 부정

지난 2월 말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북 대화 채널이 모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 고위급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가안보실 1·2차장 등 교체된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외교부는 ‘포스트 하노이’ 대책으로 3월 중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 고위급 채널 가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21일 알려졌다. 미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3월 초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지만,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해도 별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 국무부가 확실히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우리가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백악관의 안보 보좌관 채널도 원활치 않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의 통화 횟수가 전임인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정의용-볼턴 채널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볼턴 보좌관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면서 관계가 원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19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하는 등 이른바 ‘스파이 라인’이 움직이고 있지만, 향후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두고 한·미 간 의견 차는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에 과감한 비핵화 방안을 설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한·미 동맹을 지적하며 한국이 ‘참가자(player)’라는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또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접촉 등을 하지 않고 있다.

김병채·박준희 기자 haasskim@munhwa.com